증권사, 자기자본 ‘양극화’…최하위와 1위 미래에셋과 격차 686배

대형사 8곳 자기자본 44조원, 중소형사 36곳보다 2배 많아
메리츠·씨티그룹글로벌마켓·한국SG증권 등은 자기자본 줄어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규모에 따른 자기자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나 그에 준하는 규모의 대형사 8곳의 자기자본은 나머지 38곳의 규모보다도 약 2배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가 줄고, 증시호황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비교적 대형사가 자금조달에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권사(외국계 국내법인 포함) 46개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66조83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 8곳의 비중은 전체 66.34%(44조3341억원)를 차지한다. 나머지 38개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2조4969억원에 그쳤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래에셋증권(9조1319억원)이며,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은 초상증권(133억원)이다. 이 둘의 자기자본 격차는 9조1186억원(686배)에 달한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이 개선되며 10조원대 자기자본 규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을 목적으로 자기자본을 늘린 증권사들이 많다”며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 투자여력을 확보한 증권사들은 신사업 추진에 활발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사 자기자본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며 다소 주춤했다. 이후 같은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 규제 수위를 높이며 자기자본 증가세가 이전보다 가팔라졌다.

이처럼 대다수의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늘리는데 집중한 가운데 5곳은 자기자본이 오히려 감소했다. 자기자본이 줄어든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한국SG증권 △BNP파리바증권 △KIDB채권중개 등이다.

우선 메리츠증권은 전분기 대비 1.44%(657억원) 감소한 4조4814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조정 항목이 지난해 통상 59억~60억원 감소하다가 218억원까지 감소한 영향이 컸다. 회계상 자본금에 포함되는 자본조정은 소유주지분이나 최종결과가 미확정상태인 자본구성항목을 자본총계에서 가감하는 형식으로 기재되는 항목을 가리킨다.

이외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6.46%(365억원) 줄어든 5282억원, 한국SG증권은 9.29%(360억원) 감소한 3509억원이다. BNP파리바증권과 KIDB채권중개는 각각 2.79%(73억원), 0.66%(9400만원) 줄어들어 2560억원, 142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줄어든 이유는 대부분 이익잉여금이 줄어든 영향으로 확인됐다. 이익잉여금은 기업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이라는 점에서 올 1분기 영업활동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줄었다고 해서 증권사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자기자본이 줄어든 증권사 중에서도 IB부문에서 주관실적이 좋은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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