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의 선택은 ‘권봉석’…안정 속 변화 택했다

내년 1월 ‘그룹 2인자’ 자리 대표이사 선임 예정
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미래 준비 강화 중책 맡아
CEO 대부분 유임 속 임원급 젊은 인재 수혈 변화 꾀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내년이면 취임 5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사장단에서는 안정적인 내실 인사를 유지하는 한편 임원진의 경우, 변화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LG그룹에 따르면 ㈜LG와 LG전자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확정했다.

우선,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에 권봉석(사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권 부회장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부회장의 뒤를 이어 구 회장을 보좌해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게 됐다.

1963년생인 권 부회장은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뒤, 모니터 사업부장과 유럽 웨일즈 생산법인장을 역임했다. 2007년 신설부서인 모니터사업부의 수장을 맡아 LG전자 LCD 모니터를 세계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2014년에는 ㈜LG 시너지팀장을 맡으며 당시 시너지팀 부장이었던 구광모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어 2015년 TV 사업을 책임지는 LG전자 HE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올레드 TV를 시장에 안착시켰고, 2019년 말부터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회사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실제 LG전자는 최근 2년간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조7130억원, 3조1861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다. 세계 최대 가전기업인 월풀을 제치고 사상 첫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 등극도 유력하다.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이러한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아 그룹을 이끌 지주 대표이사로 내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내년 1월 7일 권 부회장의 ㈜LG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실시한다.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하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LG전자 CEO로서 선택과 집중,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견인해 왔다”며 “향후 ㈜LG COO로서 LG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미래 준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LG는 COO 산하에 미래신규 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담당할 경영전략부문과 지주회사 운영 전반 및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 역할을 수행할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한다. 각 계열사가 고객 가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 경영전략팀장인 홍범식 사장이 경영전략부문장을, 현 재경팀장(CFO)인 하범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부문장 역할을 맡게 된다.

◇LG전자 신임 CEO에 조주완…임원 50명 승진·여성 임원 2명 외부 영입

권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LG전자의 조주완(사진)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이 새 최고경영자(CEO)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사장은 대표적인 해외통 인사로 꼽힌다. 그는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미국, 독일, 호주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사업 경험을 쌓았다.

조 사장은 최근 2년 동안 CSO를 맡으며 LG전자 미래 준비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이끌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사장은 과감한 인수·합병은 물론 신사업 육성을 위해 사내벤처, 사내 회사, 사내 크라우드 소싱 등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이 내부 승진을 함에 따라 LG 계열사 사장단 연쇄이동은 최소화됐다. 다만, 임원진에서는 변화를 통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승진 규모(56명) 보다는 6명 줄었으나,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9명, 상무 37명 등 총 50명의 임원이 승진하고 외부에서 여성 임원 2명이 영입됐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병훈 CTO 겸 ICT기술센터장은 6세대(G)통신,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를 이끌게 된다. 이삼수 최고데이터책임자(CDO)와 장익환 BS사업본부장 역시 부사장으로 승진, 각각 디지털전환과 프리미엄 IT제품 중심 사업구조 전환을 책임진다.

원천기술의 특허 자산화를 통해 경영성과에 기여한 조휘재 상무, 온라인 영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기여한 장진혁 상무 등 총 9명이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한 장 상무를 1년여 만에 전무로 승진시키며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여성인재 중 고객의 생활방식과 시장의 흐름을 연구하며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기여한 권혁진 책임연구원, 데이터 기반의 이종산업 융합서비스 발굴에 기여한 신정은 책임연구원 등 2명이 이번에 승진했다. 1980년생 신 상무는 이번 승진 임원 가운데 가장 젊다.

여기에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가 H&A사업본부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로 영입됐고, 글로벌 기업 P&G 출신 김효은 상무는 글로벌마케팅센터 산하 브랜드매니지먼트 담당을 맡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LG>

◇고객가치 혁신에 역량 결집한 조직개편 단행

LG전자는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고객가치 경영을 강화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사업본부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를 운영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고객경험 고도화를 위해 CS경영센터를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한다. 고객가치혁신부문장은 ㈜LG 전자팀장을 역임한 정연채 부사장이 맡는다.

고객경험 고도화를 위해 CS경영센터를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한다. 고객가치혁신부문장은 ㈜LG 전자팀장을 역임한 정연채 부사장이 맡는다. CSO부문 산하의 고객가치혁신담당은 고객가치혁신사무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이관된다. 사무국은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상품기획, 제품개발, 영업 등 경영전반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H&A사업본부 산하에 냉장고사업담당도 신설한다. 또 베트남생산법인 내에 냉장고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하고 생활가전 전반의 제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 산하에 베트남생산담당을 둔다. HE사업본부는 TV사업운영센터를 신설해 TV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TV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플랫폼사업담당 산하에 컨텐츠서비스담당을 신설한다.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미래기술센터장을 역임한 김병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는다. 미래기술센터는 정보통신 분야의 미래핵심기술과 공통기반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ICT 기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센터장은 김병훈 신임 CTO가 겸임한다.

◇LG, 신임 상무 132명 발탁…40대 임원 82명

LG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실시한 네 번의 임원 인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132명의 신임 상무를 대거 발탁했다. 전체 승진 규모도 179명으로 구 회장 취임 후 최대 규모이며, CEO 및 사업본부장급 5명 발탁을 포함하면 총 인사 규모는 181명이다. 

이는 올해 양호한 성과를 기반으로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고객가치’와 ‘미래준비’를 도전적으로 실행하고, 특히 상무층을 두텁게 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다.

㈜LG는 이번 인사에 대해 일부 최고경영진의 변화를 꾀하면서도, 성과와 경륜을 고려해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를 유임토록 하는 핀셋인사로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리스크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연륜과 경험을 갖춘 기존 경영진에게 신뢰를 보내 지속성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한편, 역량을 갖춘 리더에게는 새로운 중책을 맡겨 미래준비와 변화를 가속화하고자 하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의 이번 인사는 안정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인 신사업 만큼은 가속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른 인사를 하되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사는 전진 배치한 것”이라며 “특히 이미 검증된 권 사장의 역량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 육성을 가속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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