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 1조원 증액도 모자랄 판…카드사, 부실채권 대응에 ‘진땀’

7개 카드사 대손충당금 5.5조…1년새 12%↑
충당금 늘렸지만…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되레↓
신용사면에 연체율·NPL비율 추가 악화 가능성도

카드사들이 쌓은 충당금 규모가 1년새 1조 가량 늘어나며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고금리 여파에 따라 불어나는 부실채권 규모를 따라잡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카드사들의 건전성 악화에 여지를 남겨둘 신용회복 지원이 최근 시행된 만큼 카드사들의 충당금 부담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총합은 5조51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조5997억원) 대비 12.02%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해 카드사의 대손충당금은 전년 대비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별 증가폭을 살펴보면 하나카드가 전년(2889억원) 대비 36.31% 증가한 3938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1년새 증가폭이 가장 컸다.

뒤이어 △우리카드 4470억원(전년 대비 14.79% 증가) △롯데카드 5882억원(14.75% 증가) △KB국민카드 1조51억원(12.01% 증가) △신한카드 1조2930억원(11.56% 증가) △삼성카드 8194억원(7.87% 증가) △현대카드 6063억원(2.26% 증가)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카드사들의 충당금 규모가 큰 폭 늘어난 데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에 대비해 쌓아두는 준비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의 영향을 받는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2022년 3분기 1.06% △4분기 1.24% △2023년 1분기 1.54% △2분기 1.58% △3분기 1.67% 등으로 지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4분기 들어서는 1.66%로 0.01%p(포인트)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NPL비율 역시 △2022년 3분기 0.74% △4분기 0.84% △2023년 1분기 1.04% △2분기 1.05% △3분기 1.09% △4분기 1.10% 등으로 지속 상승 추세다. 이처럼 고금리 상황 속 차주들의 상환 능력마저 약화되며 연체율이 늘어나자 충당금을 늘리며 리스크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카드사의 NPL 규모가 카드사들이 쌓는 충당금 규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NPL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정도를 나타내는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전년(343.39%) 대비 45.6%p(포인트) 하락한 297.79%를 기록했다.

대부분 카드사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 1년새 줄어든 가운데,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의 정도만이 개선된 대손충당급적립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카드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425.5%로, 전년(398.1%) 대비 27.4%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10.6%포인트 개선된 346.5%를 기록했다.

이밖에 △삼성카드 333.4%(전년 대비 52.1%포인트 하락) △우리카드 273.4%(52.5%포인트 하락) △신한카드 251.1%(68.4%포인트 하락) △롯데카드 183.5%(63.6%포인트 하락) 하나카드 271.1%(120.6%포인트 하락) 등으로 대부분 하락했다.

여기에 더해 올 3월부터 시행된 ‘대규모 신용사면’에 따라 카드사의 건전성은 추가로 악화될 여지마저 남겨두고 있다. 신용사면 시행에 따라 개인 약 298만명, 개인사업자 약 31만명 등 최대 330만명에 대한 대출 연체 이력이 삭제된다. 신용회복 지원에 따라 약 15만명은 추가로 관계법령에 따른 카드발급 기준 최저 신용점수인 645점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체이력이 있는 고객들이 신용카드를 신규로 발급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고금리로 인해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떨어진 가운데, 과거 연체이력이 있던 이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경우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카드사들은 추가적인 충당금 부담에 빠진 실정이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충당금 부담으로 카드사들의 순익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놓인 상황마저 녹록지 않은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까지 보수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것으로 바라봤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 차원에서도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로 연체율 악화 등 건전성 관리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달 상황 및 금리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올해까지는 카드사들 차원에서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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