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산호세사옥.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전 세계 메모리 ‘톱3’ 중 한 곳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550억 달러에 육박하는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73조원을 웃도는 수치다. 마이크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거두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은 빠르게 불식되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은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흐름에 발맞춰 첨단 메모리 경쟁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내년에 강력한 실적 개선을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론가 역대급의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SK가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 2026 회계연도 4분기(올 6~8월) 매출액이 542억2900만달러(약 73조6972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113억1500만달러(약 15조3793억원) 대비 무려 379.3% 증가한 수치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기록이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추정한 마이크론의 매출 전망치는 510억7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실제론 이보다 30억달러 가량 더 높은 540억달러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6 회계연도 4분기 영업익은 437억5100만달러(약 59조4401억원)로, 전년 동기 36억5400만달러(약 4조9643억원) 대비 1097.3%나 폭증했다.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전례 없는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2026 회계연도 4분기 영업이익률은 80.7%에 달했다. 100달러 어치 제품을 팔아 80.7달러를 영업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률은 32.3%에 불과했다.
이로써 마이크론의 연간 실적 또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6 회계연도 매출은 1331억8800만달러(약 181조291억원)로, 전년 373억7800만달러(약 50조8042억원) 대비 256.3%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97억7000만달러(약 13조2804억원)에서 993억4000만달러(약 135조329억원)로, 10배 가량 늘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HBM4.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마이크론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은 AI 열풍에 힘입어 HBM부터 범용 D램, 낸드플래시까지 전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초지능(SI)으로 진화하고 있고, 메모리는 SI와 고객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고객과 함께 SI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술, 제품 및 제조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며 “그 결과,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이 1300억달러를 상회하는 연간 매출,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연간 영업익을 기록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해 온 AI 거품론은 급격히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AI 거품론은 주요 빅테크의 과잉 투자 논란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생태계 확장에 앞다퉈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 AI가 실상은 수익성을 제고해주지 못한다는 ‘무용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AI 거품론이 확산되던 와중에 마이크론이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확산됐던 무용론은 빠르게 불식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마이크론의 ‘어닝서프라이즈’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내 삼성·SK의 입지가 마이크론에 비해 월등히 공고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39%를 기록했다. 이에 삼성은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SK하이닉스는 26%로 2위에 올랐다. 25%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마이크론은 3위였다.
특히 AI 메모리인 HBM만 놓고 볼 때, K-반도체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매출액 기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나 됐다. 삼성전자는 33%로 2위, 3위 마이크론은 18%다. SK·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 합산은 83%로,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비해 압도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K-반도체의 3분기 실적도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삼성·SK가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대 규모 영업익을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익 100조원 시대’가 확실시되고, SK하이닉스도 최근 2년 간 연간 영업익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 전망치는 110조5736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1661억원 대비 무려 808.9% 폭등한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익 100조원 클럽’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이같은 실적은 글로벌 빅테크와 견줘도 결코 밀리지 않는 수치다. 전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2분기(올 5~7월) 영업익은 637억3400만달러(약 86조5826억원)를 기록했다. 회계 상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보다 24조원가량 더 높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올 3분기 SK의 영업익 전망치는 78조8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3834억원 대비 585.9%나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80조원에 육박하는 분기 영업익은 SK하이닉스가 2024년과 지난해 벌어들인 연간 영업익을 합한 것보다 더 높다. SK는 2024년 한해 동안 23조4673억원, 지난해 47조2063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2년 간 영업익 합산은 70조6736억원으로, 올 3분기 영업익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삼성·SK의 올 3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합하면 188조6538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지난달 수출이 1209억4000만달러(약 164조4784억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SK의 분기 영업익 규모는 가히 역대급으로 평가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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