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뱅크’로 향하는 시중은행…위기상황 대처 능력은?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신기술 접목한 ‘디지털뱅크’ 개점
디지털 모델·마케팅 개발 총력…빅테크 견제 목적도 있어
디지털화 경쟁서 따르는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함께 키워야

국내 은행들이 ‘디지털뱅크’를 표방하며 은행 업무에 신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을 중심으로 금융 시장에 새로 진입한 빅테크 기업의 공세에 맞불을 놓으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4월 서울 고속터미널역에 자리한 이마트 노브랜드 점포에 ‘KB디지털뱅크 터미널점’을 열 예정이다.

디지털뱅크 지점에서 이용자는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텔러머신(STM), 화상 상담 전용 창구가 들어선다. STM에서 가능한 업무는 현금과 수표 입출금뿐 아니라 보안카드 발급도 할 수 있다.

또, 화상상담 전용창구를 통해 통장개설, 신규 예·적금 가입 처리가 가능하다.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창구 수준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삼성디지털시티점을 열었다.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금융 서비스를 연구할 시험대라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이 곳에서는 금융 정보, 상품 콘텐츠 등이 송출되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마련됐다. 신분증 없이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으며 투자, 부동산, 세무 등 분야별로 비대면 상담도 가능하다.

이밖에 국내 은행 중에 최초로 신한은행은 국가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AI(인공지능) 뱅커를 활용한 디지털 금융모델을 선보였다.

시중 은행이 전통 은행 업무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등 디지털 전환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내세워 금융권 내 점유율을 확장 중인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실제 빅테크 중 카카오는 간편결제부터 시작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증권을 직접 설립했다. 네이버는 페이 서비스는 물론 미래에셋증권과 연계 CMA(예탁형 수시입출금 통장)통장을 내놓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 중이다.

국내 은행들이 '디지털뱅크'로 전화하려는 시도를 시작했지만 실제 빅테크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년 간 시행착오로 문제점을 해결해 온 빅테크와 달리, 보안·시스템 오류 해결능력 등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한 빅데이터가 부재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디지털 업무의 상당 부분을 외주로 운영하고 있어 디지털서비스 내 보안 취약성이나 프로그래밍 설계 등 새롭게 대두하는 위험요소에 대비하는 속도도 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현재 은행권들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하는 추세인데 디지털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시스템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그룹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할 위험 요인들을 탐색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실제 금융 손실 사건이 현실화했을 때 규모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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