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기업대출’ 사활…1위 KB국민, 신한·하나 추격전 펼쳐

3월 4대 은행 기업대출 647조원…전분기 대비 2.6%↑
가계대출 증가 2%제한… 기업대출로 진검승부
신한은행, 기업대출 증가율 앞서…국민·하나 추격

기업대출이 시중은행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가운데 신한은행의 추격세가 매섭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일제히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확장하는 동안 존재감이 다소 미미했던 신한은행이 기업영업 역량을 제고하며 절치부심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성장에 제한이 걸린 데다 홍콩ELS 사태로 비이자 관련 사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대출을 통한 수익성 증대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의 기업대출 잔액은 647조6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31조2847억원) 대비 2.6% 증가한 규모이다.

시중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업대출에 공을 들여왔다. 가계부채 누증 문제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자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기업대출에 발길을 돌렸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대출이 0.22% 늘어날 동안 기업대출은 8%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중은행 별로 기업대출 증가세를 보면 신한은행이 가장 앞서나갔다. 2023년 12월 말 155조6406억원에서 3개월 만에 6조3354억원(4.07%) 늘어 시중은행 중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이어 하나은행이 4조5349억원(2.8%) 늘어난 162조4761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4조1368억원(2.9%) 늘어 하나은행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국민은행은 1조3591억원(0.56%) 증가해 타행 대비 증가율이 가장 낮았지만 기업대출 잔액은 가장 많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기업대출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나은행이 전년 대비 12% 증가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뒤를 추격할 동안 신한은행이 6.6% 증가로 가장 저조했다.

3개월 만에 기업대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온 건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올 1월 ‘신한 쏠클러스터’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은행권 최초로 본부 프로젝트매니저(PM), 심사역 등이 현장 기업금융전문역(RM)과 한 곳에 모여 종합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증가에 대해 한국은행에서 실시한 ‘중소기업 한시 특별 지원 프로그램’ 홍보 효과 덕분이라지만 기업대출 역량을 강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올해부터 RM과 PM이 함께 현장 영업에 나서고 심사역이 곧바로 심사작업을 하는 등 영업 효율성을 높여온 점이 시너지를 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장에서 영업점 RM들이 영업을 열심히 하면서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그 결과 고객 확보와 기업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기업대출 부문에서 시중은행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금융권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2%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당국에 보고한 만큼 가계대출로 수익성을 확보하기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콩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신탁업 등 비아지이익 확대를 도모하기 쉽지 않아 은행 본연의 경쟁력 강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특화센터를 확대하며 역량을 키우고 있고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관련 조직을 개편하는 등 기업대출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마진을 다소 줄이더라도 우선 관계를 맺는 데 초점을 맞춰 타행 거래처를 확보하는 방식의 영업이 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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