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시큐레터 여파에 IPO 심사강화 예고, ‘상장 훈풍 꺼질라’ 긴장

작년 8월 상장 시큐레터, 회계부정 의혹에 8개월만에 상폐위기
파두 이어 기술특례 또 도마위…IPO 연기·철회 기업 줄이어
당국, 제도 보완에도 투자자 불안·업계 불만 잠재우기 역부족

파두 사태에 이어 상장 1년도 되지 않은 기업이 상장폐기 위기에 몰리면서, 모처럼 훈풍이 닥친 기업공개(IPO)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IPO 심사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신규 상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반면, 상장기업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코스닥 상장한 사이버 보안 기업 ‘시큐레터’의 거래가 상장 8개월만에 정지됐다. 사유는 외부감사인의 감사 거절이다. 시큐레터의 감사인인 태성회계법인은 회계부정 의심사례에 대한 보고서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큐레터는 오는 29일까지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거래소가 이를 받아들여 개선기간을 부여한 뒤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앞서 지난해 팹리스(fabless) 기업 파두가 상장 직후 ‘어닝 쇼크’를 내면서, ‘사기 상장’ 논란까지 불거진 직후라 시장의 충격은 더 크다. 파두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파두의 저조한 수익성을 인지하고도 고의적으로 은폐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함이다.

파두와 시큐레터가 모두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상장에 성공한 만큼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특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 들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 중 엔케이맥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도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심사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봤지만, 상장 1년도 되지 않은 기업이 또 다시 상폐 위기에 처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이에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현미경 심사’가 이뤄지면서 상장 일정도 늦춰지고 있다.

상장을 철회한 기업도 줄을 잇는다. 반도체 설계라인 전문기업 ‘이안’은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이 밖에도 올해 상장을 철회하거나 준비 과정에서 무산된 기업으로는 삼프로TV, 자비스앤빌런즈, 코푸라마, 옵토레인, 하이센스바이오 등이 있다.

아직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도 심사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7월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이엔셀은 8개월만인 이달 16일에야 예심을 통과했다. 같은 시기 청구한 노브메타파마는 아직 대기 중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상장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는데 하필 파두 사태와 맞물려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며 “특히 기술특례상장은 검증과정이 매우 깐깐해지면서 기업설명 자료에 들어가는 향후 매출 규모 등은 아예 언급을 못 하게 할 정도로 분위기가 삼엄해졌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여전히 상장기업에 대한 검증이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파두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IPO 주관 업무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특히 해당 TF에서 논의된 방안으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미비함을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기술특례상장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적자 상태여도 기술력 평가를 통해 특별히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문제는 상장 이후에도 일반 상장기업과 달리 매출이나 영업이익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관리종목 지정이 일정 기간 유예된다. 일반 코스닥 상장기업의 경우 매출 30억원 미만, 최근 3년 내 2회 이상 ‘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이 자본 50% 초과, 4년 연속 영업손실,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등의 사유 발생 시 관리종목 지정이 된다.

이 때문에 현재 정상 거래되고 있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라도 향후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뒤늦게 관리종목 지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두 사태의 사례처럼 상장 이후 실적 부진의 책임을 상장주관사에만 묻는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기업을 심사하고 승인한 거래소와 금감원 등 당국의 책임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이후 시장 변화에 따른 주가 하락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주관사의 ‘사기 상장’으로 모는 분위기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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