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분리매각 가능성 일축…롯데카드, 베트남 사업 확장 본격화

롯데카드, 베트남 법인에 937억 규모 증자 완료
성장 여력 확보에 투자금 사용
연속 적자에도 영업 성장세 지속

롯데카드가 베트남 현지법인에 9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기반 안정화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조치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법인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대두됐으나, 이번 투자로 분리매각보다는 기업가치 제고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전날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6800만 달러(약 937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했다. 지난 3월 29일 이사회에서 해외 직접투자를 승인한 지 한 달 만이다.

롯데카드는 투자 목적으로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의 우량자산 확대’를 들었다. ‘신규 사업 확대’ 목적으로 132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또다시 사업 확장을 시사한 것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롯데카드의 축적된 현지 경험과 차별화 역량을 바탕으로, 베트남 사업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되었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이라며 “투자금은 사업구조 개편 기반 마련, 영업자산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 등 안정적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8년 3월 현지 소매금융사 ‘테크콤 파이낸스’ 지분을 100% 인수하며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준비 기간을 거쳐 그해 12월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의 제휴카드·법인카드를 출시하며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먼저 신용카드업을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롯데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한 ‘롯데 베트남 PLCC’ 카드를 출시했다.

또 ‘티키(Tiki)’, ‘잘로페이(Zalopay)’ 등 현지 회사와 손잡고 BNPL(Buy Now Pay Later,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자체 신용평가모델 개발,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전환 등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갔다.

실적은 좋지 못했다. 롯데카드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로 해외에 진출했다.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출범 이듬해인 2019년 -77억원, 2020년 -169억원, 2021년 -131억원, 2022년 -101억원, 지난해 -125억원으로 적자를 이어왔다. 영업수익이 2019년 96억원, 2020년 255억원, 2021년 259억원, 2022년 338억원, 지난해 493억원으로 매년 성장했음에도 비용이 실적 발목을 잡았다.

대신 자산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2019년 말 893억원이던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의 자산은 2020년 1100억원, 2021년 1803억원, 2022년 18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2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7% 증가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사업 초기 시스템 구축 및 조직 안정화 단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둔화를 겪으며 성장이 주춤했지만, 신용관리 역량을 축적하고 안정적인 자산 성장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롯데카드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교통카드 사업부문인 로카모빌리티를 분리매각한 바 있다. 인수합병 시장 위축으로 롯데카드 매각이 한 차례 실패하면서 통매각이 아닌 자회사별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롯데카드 측은 롯데파이낸스 베트남 분리매각은 계획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지난 1월 여신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신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법인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규모 직접투자로 그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량자산을 늘려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자산 건전성을 개선해 중기적으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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