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빠진 디지털보험사…하나·카카오·교보라이프 적자폭 확대

디지털 보험사 순손실 2177억…적자폭 확대
“운영 부담 줄이는 개선 방안 마련해야” 목소리도

지난해 보험업계가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낸 가운데, 디지털 보험사는 여전히 적자의 수렁 속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시장의 경우 전통적으로 대면 영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보험사는 영업 채널이 온라인 등으로 한정돼 있는 만큼, 영업 채널의 한계가 적자 지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보험사의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지털보험사 5곳(신한EZ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카카오페이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 총합은 21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5억원 순손실을 냈던 지난 2022년보다도 적자폭이 깊어진 것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하나손해보험의 순손실 규모가 760억원으로 가장 컸다. 뒤이어 △캐롯손해보험 746억원 △카카오페이손해보험 373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 220억원 △신한EZ손해보험 78억원 등의 순으로 적자 규모가 컸다.

앞서 2022년에도 디지털 보험사 5곳은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하나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경우 2022년보다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순손실은 2022년 대비 각각 113억원, 112억원 늘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경우 98억원 가량 적자의 골이 깊어졌다.

5개 업체 중 2022년 대비 순손실 규모가 줄어든 곳은 캐롯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 단 2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내 보험회사들이 13조357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이처럼 디지털 보험사가 고전하는 데는 영업 채널의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보험사는 전체 보험 계약 건수 및 수입 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온라인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해 모집하는 보험사다. 대면 영업이 제한돼 있어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대면 가입률은 각각 99.4%, 93.8%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비대면 가입률은 생명보험 0.6%, 손해보험 6.2% 수준으로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판매 비중은 현저히 낮았다.

아울러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은 CM채널 판매 비중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손해보험의 비대면 채널 비중은 2022년 73.3%으로, 특히 CM채널 비중은 2020년 9.7%에서 2023년 3분기 16.2%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보험사가 위험보장 공백을 완화하고 디지털 판매채널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수익성을 높여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보험회사는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판매 비용을 줄이는 사업모형인 만큼 국내 보험산업에 정착한다면 새로운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규모이거나 위험 노출이 낮은 회사가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산업의 다양한 사업모형을 위해 인슈어테크의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 인가를 통한 시장진입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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