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폭등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서 ‘파열음’

시공사, 원자잿값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공사비 인상 요구
서울 행당7구역‧부산 촉진4구역 등 공사비 증액 놓고 협상 중
성남 은행주공 조합은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 해지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공사비가 오르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시공사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 고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줄줄이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고 있지만 조합은 추가분담금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장차가 클 경우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시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조합과 공사비 인상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 측은 3.3㎡당 공사비를 당초 546만원에서 23% 상승한 672만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으나 조합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우건설이 공사 중단까지 검토하면서 조합과 협상이 다시 진행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총회가 열려야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공사를 하면서 협상도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과 공사비를 3.3㎡당 1300만원으로 올리는 계약을 체결했다.  3.3㎡당 1300만원은 정비사업 역대 최고 공사비다. 7년 전 공사계약 체결 당시 책정한 569만원 보다 128.5% 증액된 수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또 지난달 부산 촉진4구역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449만원에서 1126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기존 계약 대비 약 150% 증가한 수치다.

현재 촉진4구역 조합은 공사비가 인상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계약이 진행된 2016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공사 비용이 많이 뛰면서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며 “이제 막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라 구체적인 협의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절감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다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13일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의 시공사 선정 계약을 해지했다.  2018년 시공사로 선정된 컨소시엄은 3.3㎡당 공사비를 기존 445만원에서 659만원으로 51%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각각 4185억원의 해지금액을 지불해야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단지의 경우 공사비 인상 갈등이 크게 부각될 뿐이지 보이지 않는 공사비 갈등은 더 많다”며 “물가와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계약 당시 공사비와 현재 적정 공사비의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사비 리스크 분담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 시 공사비 인상 리스크에 대해 발주자와 수주자가 어떻게 나눠 분담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을 경우 차후 변동이 있을 때 분쟁의 소지가 크다”며 “예상되는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공사 발주 계약 단계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5(2015년 기준 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이상일 경우 높다고 보고 미만인 경우 낮은 것으로 본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수연 기자 / ddun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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