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에도 금융당국 눈치…보수적 배당기조 이어져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에 지난해 견고한 실적에도 보수적 배당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2020회계연도 결산배당을 단행한 보험사들이 대부분 배당성향을 낮춘 가운데 나머지 회사들도 수치 하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48.7%→35.5%) △삼성화재(56.2%→49.5%) △동양생명(31.1%→26.7%) △메리츠화재(31.5%→34.9%) 등 최근 배당을 시행한 대다수 보험사들의 배당성향 이 1년 새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배당성향을 정상이익의 30~50% 수준에서 향후 3년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정책을 수립했던 삼성생명의 경우 배당성향을 오히려 13.2%포인트 낮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삼성화재와 동양생명도 각각 6.7%포인트, 4.4%포인트 배당성향을 축소했다.

메리츠화재의 배당성향은 3.4%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장기 인보험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어닝서프라이즈 달성했던 점을 감안할 때 상향 폭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임원들을 소집해 배당 자제를 권고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금감원이 최근 3년 평균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오는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정되면서, 은행에 이어 보험업계까지 배당 자제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금융당국 배당 자제령에 이미 결산배당을 공시한 보험사들이 보수적인 배당기조를 보이면서 나머지 보험사들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업계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해상,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아직 결산배당을 시행하지 않은 보험사들도 2019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검토 중이다. 이들 회사의 2019회계연도 배당성향은 △현대해상 26.1% △한화생명 22.4% △교보생명 25.5% 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이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보니 당국의 입김에서 아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며 "최근 이익공유제 이슈가 대두된 가운데 보험사들 역시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이 문제까지 의식해 당국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특히나 주주 친화적 경영을 강조해온 보험사들은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 다소 난처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재아 기자 / leejaea555@ceosco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