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1200%룰 시행…장기인보험 지각변동 신호탄되나

1월 장기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 시장서 또 다시 순위변화 발생


올해부터 보험사에 적용되기 시작한 ‘1200%룰’이 장기적으로 손보업계 내 지각변동을 야기할 지 이목이 쏠린다. 손보업계의 대표적인 효자상품으로 꼽히는 장기인보험 신계약 실적이 연초 휘청인 가운데, 주요 손보사별 초회보험료 계약규모도 서로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5대 손보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474억4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508억2700만원 대비 6.7%(33억8000만원) 감소한 수치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내에는 올해부터 시행된 ‘1200%룰’로 인해 손보사들이 전체적으로 장기인보험 신계약 실적에 타격을 입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장기인보험 특성상 상품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설계사를 통한 가입률이 높다는 점도 이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1200%룰은 보험 설계사들의 계약 1년 차 보험 판매수수료 총지급률을 월납보험료의 1200% 이하로 제한하는 개편안이다. 보험 판매수수료에는 모집수수료와 시책비 등이 포함된다.

이 개편안은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과 불완전판매 감소 효과를 기대하며 도입됐다. 그러나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업무 초기에 이전 만큼의 높은 수수료를 받기 힘들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설계사들의 공격적 마케팅이나 고객 유인력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보험업계는 저금리나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대표적인 효자상품으로 주목받는 장기인보험에 대한 상품출시나 영업 확대 움직임이 둔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1200%룰이 시행됐지만 실제로 5대 손보사의 1월 장기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가 모두 감소한 것도 아니었고 회사마다 양상이 달랐다.

삼성화재의 올해 1월 실적은 106억1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54억1900만원보다 31.1%(48억200만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 실적도 110억7800만원에서 97억6900만원으로 11.8%(13억900만원) 감소했다.

반면 △DB손보(99억4100만원→104억7700만원) △현대해상(91억1300만원→101억7500만원) △KB손보(52억7600만원→64억900만원) 등 나머지 손보사들은 각각 5.4%, 11.7%, 21.5% 등의 실적 성장률을 보였다.

결국 1200%룰은 업계 전체적인 실적동향 보다는 손보사별 순위변동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영업 성과보다 오히려 상품 소구력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영업 전략을 가져갈지에 따라 경쟁력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한편 그간 장기인보험에 대해 유독 공격적 영업을 해오던 회사는 상대적으로 실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메리츠화재가 장기인보험 실적에서 지난해 말 삼성화재를 꺾고 1위에 올랐다가, 연초 4위로 밀려난 점도 이와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불황 속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부문은 계속해서 적자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인보험에 대한 신상품 출시와 영업 확대를 멈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사들 입장에서 1200%룰이 초기 영업력 발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고 본다”며 “개별 손보사별로 상품 자체의 경쟁력 제고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재아 기자 / leejaea55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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