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할부금융 손익 증가 흐름에도 취급액 줄인 카드업계…“리스크 관리 우선”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9639억…1년새 1조 줄어
고금리에 연체 가능성↑…보수적 영업전략 꾀해
카드사 할부금융에 DSR 도입 가능성 언급도

카드사가 신규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자동차할부금융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분할 상환이 주를 이루는 자동차할부금융은 최근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약해지고, 조달금리 또한 뛰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어려운 형국이다. 대신 업계는 수익성 증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카드사의 할부금융 사업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드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손익은 이자수익 증가와 맞물려 전년 대비 늘어났으나, 취급액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연간 자동차할부금융 손익은 40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351억원) 대비 21.46%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관련 손익이 크게 늘었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연간 자동차할부금융 손익은 579억원으로, 전년(174억원) 대비 233.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의 자동차할부금융 손익은 189.32% 늘어난 177억원을 기록했다. 뒤이어 △신한카드 1698억원(전년 대비 11.34% 증가) △KB국민카드 1064억원(9.03% 증가) △삼성카드 141억원(5.77% 증가)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이처럼 대부분의 카드사가 자동차할부금융에서 손익이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직후 할인 프로모션이 줄어들고, 할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수익이 오른 영향이다. 또한 이 시기 금융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건전성 관리에 나선 카드사들의 보수적인 마케팅 운용이 취급 자산 축소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아울러 카드사들이 고수익 상품으로 전략을 튼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저수익 상품 취급은 줄이고, 중고차와 렌터카 등 고수익 상품 위주로 취급을 늘렸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6개 카드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9조6387억원으로, 전년(10조6909억원) 대비 9.84% 감소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삼성카드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4327억원으로, 전년(5594억원) 대비 22.64% 감소했다. 이는 6개 카드사 중 가장 작은 규모다.

삼성카드뿐만 아니라 조 단위의 자동차할부금융 취급액을 기록하던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역시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서 후진기어를 넣고 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3조5238억원으로, 전년(4조955억원) 대비 13.96% 줄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 역시 13.65% 감소한 2조7465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차보다 중고차나 렌터카 같은 것이 훨씬 수익성이 좋은 상품인 만큼, 수익이 안 되는 자산들은 정리하며 고수익 상품 위주로 취급했다”며 “또 판촉비나 수수료 같은 비용을 바짝 줄이며 비용을 최대한 효율화하며 자동차할부금융 취급액은 줄었으나 손익은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은 부업 차원에서 할부금융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난 2018년 말 7조714억원에 불과하던 카드사의 할부금융 자산은 △2019년 7조4330억원 △2020년 8조6638억원 △2021년 9조7664억원 △2022년 10조6909억원으로 지속 증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10조3724억원으로 소폭 줄어들더니 △2분기 10조1632억원 △3분기 9조8994억원 △4분기 9조6387억원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22년 10조원을 돌파했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2023년 들어 지속 감소 추세를 보이더니, 1년 만에 9조원 수준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서 후진기어를 넣는 데는 고금리 장기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의 경우 장기에 걸쳐 분할 상환이 이뤄지는 상품인데,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 증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와 내실성장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영업전략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부금융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상환이 이뤄지는 구조로 자금 회수 기간이 긴 것이 특징인 만큼 현재와 같은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는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취급액을 늘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 고금리 이슈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대부분 카드사들이 자산안정성, 내실성장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영업전략을 펼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DSR은 차주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카드사의 경우 자동차 할부와 같이 직접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의 카드할부는 대출로 취급되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만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자동차 할부 결제에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DSR 규제가 카드사의 할부금융 시장 위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언급만 있을뿐, 해당 규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 할부금융의 경우 대출로 잡히지 않아 DSR 대출 규제에 포함되지 않으며, 카드를 소유한 고객일 경우 빠른 심사를 통해 빠른 심사 및 할부금융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며 “만약 규제가 시행되면 카드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시장도 상당 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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