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널 뛰는 환율…시중은행 ‘외화 유동성’ 괜찮나

이란-이스라엘 사태에 대외 리스크 고조
원·달러 환율 장중 1400원 돌파…변동성 확대
달러화 강세로 은행 외화 유동성 관리 주의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관리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여력이 있어 당분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1386.8원에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일부터 7거래일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 중동 리스크로 환율 장중 1400원 진입…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이란-이스라엘 사태를 계기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자 16일 장중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롤 돌파했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이 강도 높은 긴축을 했던 2022년 이후 네 번째이다.

환율이 요동치자 외환당국에서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고조됐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직후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건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환시장 구두개입으로 환율이 숨고르기에 들어섰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고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차 저항선이었던 1380원을 넘어선 만큼 단기적으로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문제가 장기화한다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고 이는 하반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원화 가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선제적 외화 유동성 관리”…2017년 제도 도입 이후 최고 수준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은행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의 외화 위험가중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져 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달러 빚이 있다면 이를 원화 환산시 갚아야 할 빚도 늘어난다.

게다가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의 외화유동성이 악화활 수 있어 은행의 외화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지난 2월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961억3000만달러로 1월 말보다 19억7000만 달러 감소했다. 기업이 예치한 외화예금이 21억2000만 달러 이탈한 영향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2021년부터 선제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 평균은 154.88%로 2017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은행 별로 신한은행이 168.86%로 은행권 최고 수준을 유지했으며 하나은행이 158.54%로 두 번째로 높았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149.23%, 142.88%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지난 3월말 기준 외환보유고 역시 세계 9위 수준인 4192억5000만 달러를 유지 중인 만큼 시중은행 외화 공급이나 환율방어로 인한 유동성 문제는 당장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외화 유동성에 당장 문제가 없다지만 금융당국은 대외 리스크가 커진 만큼 은행의 선제적 자금 조달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국내 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CRO)와 간담회에서 “올해 자금조달 계획을 점검하고 선제적인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을 통해 대외 리스크에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추이를 보면 2021년 말부터 급격히 상승해 예년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며 “단기 차입보다 장기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안정성이 높은 콜론과 고유동성 자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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