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정제마진 악화 2분기 ‘어닝 쇼크’…하반기, 업황반등 기대

2분기 영업이익 90% 이상 감소…국제유가·정제마진 약세 영향
하반기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회복, 정기보수에 따른 공급 조절 전망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진제공=에쓰오일>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누린 정유사들이 올해 2분기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로 석유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석유 수요 증가와 정기보수 시즌 진입에 따른 공급량 조절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급감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유사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액 18조7272억원, 영업손실 10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9%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2조3292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특히 석유사업 부문에서 타격이 컸다.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은 41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조8179억원, 전 분기 대비 6860억원 줄어든 규모다.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올 2분기 실적으로 매출 7조8169억원, 영업이익 364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8%, 97.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 6조9725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을 기록하며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8%, 영업이익은 97.4% 감소한 수치다.

SK에너지 울산 원유 저장 탱크.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정유사들이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국제 유가가 지속 하락하며 정유 업황이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 배럴당 108.1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의 분기별 평균 가격은 올해 1분기 80.3달러, 올해 2분기 77.8달러를 기록하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국제 유가 하락은 정유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유 재고분의 평가가치 손실로 이어진다.

유가 하락과 석유 제품 수요 감소로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2분기 내내 손익분기점인 4~5달러대를 횡보했다. 월평균 정제마진은 지난해 6월 24.5달러까지 치솟은 뒤 점차 내려와 올해 4월 3.5달러까지 추락했다. 5월과 6월 평균 정제마진은 각각 4.0달러, 4.6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석유제품 수출액도 줄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2.1% 감소한 218억1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3.2% 늘어났는데도 수출액은 오히려 줄었다. 국제유가 약세로 수출 단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유 도입 단가에서 제품 수출 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배럴당 23.9달러에서 올해 11.4달러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반기 정유 업황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 회복과 미국 드라이빙 시즌 도래로 석유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오는 8~10월에는 미국 정유사들의 가을철 정기보수 시즌이 계획돼 있어, 생산량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경유는 중국 중심의 산업 및 이동 수요 개선과 9월 정유사 정기보수 시기 진입에 다른 공급 조절 영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등유 또한 항공 수요 증가 등에 따라 3분기 내 반등 후에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항공유를 중심으로 점진적 회복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규모 정기보수가 7월 중 종료돼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일회성 요인인 정기보수 효과가 사라지고, 정제마진 회복과 수요 증가로 3분기 이후 빠른 이익 증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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