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싸고 간편한 LFP 배터리 깜짝 발표…K-배터리 3사 ‘비상벨’

CATL, ‘션싱’ 공개…10분 충전에 400km 주행 가능
1회 완충까지 15분 소요…저온 환경 성능도 대폭 개선
中, NCM 배터리 맞먹는 성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
K-배터리도 기술 초격차·신제품 개발 나서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CATL이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LFP(리튬·철·인산) 배터리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10분 충전으로 무려 400km를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하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CATL의 설명이다.

CATL이 LFP 배터리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에너지 밀도 문제를 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배터리 3사도 바짝 경계하는 모습이다. K-배터리가 주력 생산 중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기존 제품보다 주행거리도 훨씬 늘어난 만큼 CATL의 신형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상당한 위협을 가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신 LFP 배터리인 ‘션싱(Shenxing)’을 최근 공개했다.

션싱은 기존 배터리 제품을 크게 개선한 모델이다. 우선, 10분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번에 주행 가능한 거리다. 또 불과 15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700km 이상이다.

저온 환경에서의 배터리 성능도 끌어올렸다. 신제품은 영하 10°C의 낮은 온도에서 단 30분 만에 80%까지 충전 가능하다. 또 저온에서 시속 100km로 달릴 수도 있다.

배터리 셀 온도 제어 기술을 활용해 셀이 최적의 작동 온도 범위까지 빠르게 가열되도록 만들었다는 게 CATL의 설명이다.

CATL ‘션싱(Shenxing)’에 대해 소개하는 가오 후안 CATL 중국 E-자동차 사업부 CTO. <사진=CATL>

CATL은 “션싱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충전되는 전기차 배터리다”면서 “전기차 운전자의 급속 충전 불안을 상당히 완화시키고, 초고속 충전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이어 “연내 신형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CATL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늦어도 내년 1분기부터는 CATL의 션싱을 탑재한 전기차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CATL의 깜짝 발표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ATL이 더 값싸고 우수한 성능의 LFP 배터리를 내놓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자칫 K-배터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점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고,  가격도 저렴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대신 저가 원료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짧은 주행거리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무겁고 부피가 크다는 한계도 있었다.

CATL은 LFP 배터리의 이같은 기술적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짧은 주행거리, 저온 성능 저하 등 단점을 대거 개선한 만큼 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K-배터리 업계도 CATL의 기술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지난 18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CATL이) 잘하고 있다”며 “우리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1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시장에서는 CATL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K-배터리 업체들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K-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에서 뒤져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가격 경쟁력 확보가 뜨거운 감자다. 전기차 구입 시 수천만원부터 1억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치가 가격의 40%에 달하는 배터리 값을 낮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NCM 배터리에 못지 않은 성능의 LFP 배터리가 출시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CATL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테슬라, 독일 폭스바겐 등은 잇따라 LFP 배터리 채택을 발표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 역시 신형 전기차 코나에 CATL의 LFP 배터리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로, 2년 새 20%p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에는 60%를 상회할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SK온 서산공장. <사진=SK온>

다만 K-배터리 업계에서는 CATL이 발표한 내용대로 성능이 구현될 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이 발표한 스펙만 놓고 봤을 때는 상당히 획기적인 제품이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ATL이 공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중국이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갖춰나가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더 위기감을 갖고, 기술 초격차 구현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LFP 배터리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에너지 밀도가 상당 부분 보완되고 있다”며 “LFP 배터리가 전기차의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탑재 비율을 늘려나가고 있는 만큼 K-배터리 3사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SK·삼성이 주력 생산 중인 NCM 배터리가 아직까지 LFP 배터리 대비 충전 속도와 에너지 밀도 면에서 약 20% 성능이 높다”면서 “K-배터리는 NCM 배터리 중심으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되 LFP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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