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윤활유 실적개선 효자 부상…전기차 윤활유 수요 급증

상반기 정유4사 영업익 전년비 87%↓…정유 사업 부진 영향
윤활유 영업익 합산 1.3조…전체 수익의 95%
하반기 기유 수급 완화, 수요 증가로 실적 강세 전망

SK엔무브 지크 제로.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국내 정유 4사가 올 상반기 주력인 정유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반면에 윤활유 사업에서는 선전하며 실적개선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1조4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3203억원 대비 88.6% 급감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등 전반적인 업황 악화로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의 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 4월 정제마진이 2달러대로 추락한 이후 6월까지 손익분기점인 4~5달러대를 밑돌면서 올 2분기 정유4사는 정유 부문에서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윤활유 사업은 71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1분기와 합산한 상반기 정유 4사의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1조3302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94.8%를 차지했다.

각사별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상반기 윤활유 부문에서만 각각 영업이익 5191억원, 4423억원을 기록하며 정유 부문의 적자를 상쇄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2312억원, 92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윤활유 사업은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비정유 사업으로 윤활유와 윤활기유로 나눠진다. 정유사는 휘발유, 경유 등에서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를 재처리해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윤활기유에 산화안정제, 내마모제 등 여러 첨가제를 더하면 윤활유가 된다.

윤활유는 기계의 마찰과 마모를 감소시키고 과열 방지해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휘발유·경유 수요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장기간 정기적으로 넣어줘야 하는 윤활유는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한다.

윤활유 사업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자동차, 선박, 항공 등 이동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경유 마진 강세로 인해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윤활유 공급이 줄어 가격이 상승했다. 올해 2분기에는 유가의 하락이 원가 절감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윤활기유 마진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전기차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기차 전용 윤활유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은 연평균 29% 성장해 오는 2031년 약 23조원(17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하반기에도 윤활유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윤활유 시장 전망과 관련 “고급 제품군에 해당하는 그룹2와 그룹3 위주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유의미한 신규 설비 증설 물량은 2024년 이후에나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구조적으로 타이트한 수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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