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지털, 다시 ‘점프 업’] ②K-디스플레이, 글로벌 1위 탈환 시동…“OLED 기선제압, 마이크로 LED도 ‘정조준’”

중국 저가 LCD 공세에 밀린 K-디스플레이, OLED로 재 도약 기회
신시장 차량용 OLED 공략 박차…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 강화
개화 앞둔 마이크로 LED도 투자 본격화…“지속적 투자, 시장 선점해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디지털 관련 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심화하며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각 산업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 굴기’는 국내 기업들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표 기업들은 ‘기술 초격차’ 전략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며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과 격차를 벌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관련 산업의 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줄곧 고수해 온 기술 초격차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국내 디지털 3대 업종의 기술 경쟁력은 어느 단계이고,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조건들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② K-디스플레이,  글로벌 1위 탈환 시동…전장·마이크로LED 정조준

저가 LCD 시장을 중국 업체들에 내주며, 2위그룹으로 밀려났던 K-디스플레이 업계가 OLED 등 프리미엄 제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격차를 벌이며 반격에 나선다. 특히 올해 침체됐던 디스플레이 수요가 살아나고,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주도하고 있는 OLED 시장에서 성과를내면서 국내 업체들이 새로운 도약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지난 2004년~2020년까지 17년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수성해왔지만, 저가 LCD로 물량 공세를 펼친 중국에 밀려 2021년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중국이 LCD 시장에서 입지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면서 점유율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의 점유율은 48.9%, 한국의 점유율은 30.8%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대비 중국은 6.4%p 상승한 반면, 한국은 6.1%p 하락한 수치다.

다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 분야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압도적인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 81.3%, 중국 17.9%이다. TV가 주력인 대형 OLED 시장은 한국이 95.2%로 독보적인 우위를 보였고, 모바일이 주력인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한국 79.1%, 중국 20.0%의 점유율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OLED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OLED를 주도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재 도약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이 IT(정보통신) 신시장 분야의 OLED 적용 확대와 일부 수요 회복에 따라 전년 대비 5.4% 성장한 약 1228억달러(약 16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OLED 시장 규모는 TV와 스마트폰 이외에 IT, 차량용 시장이 확대되면서 올해보다 8.0% 증가한 434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이 추격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BOE는 지난 11월 630억 위안(한화 약 11조5천억 원)을 투자해 중국 쓰촨성에 8.6세대 IT용 OLED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예정된 양산 시기는 2026년 4분기다.

이에 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등 성장성이 높은 신시장을 적극 공략해 OLED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LED 개발에도 속도를 내면서 기술 초격차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LG,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략 고삐…OLED 주도권 이어간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전환과 함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93억5600만달러에서 2027년엔 126억31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 및 고화질 화면 수요 증가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인 차량용 OLED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5.1%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7년에는 17.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옴디아는 차량용 OLED 시장 규모가 2023년 2억6960만달러에서 2027년 11억6919만달러, 2029년에는 13억 9041만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차량용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50%, 삼성디스플레이가 42.7%다. 이어 중국의 BOE가 7.3%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탠덤 OLED를 비롯해 슬라이더블, 투명 OLED 등 차세대 기술력을 앞세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 중이다. 탠덤 OLED는 지난 2019년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제품으로, 유기 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아 휘도와 수명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앞서 최근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P-OLED, LTPS(저온다결정실리콘) LCD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선보이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입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CES 2024에서 차량용 OLED ‘플렉스 노트 익스텐더블’을 최초 공개했다. 이 제품은 접혀 있는 폴더블 패널을 펼친 뒤 슬라이딩 방식으로 한 번 더 화면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올해 출시 예정인 BMW그룹 미니쿠퍼 신형에 9.4형 크기의 원형 OLED 터치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수주도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1년 현대차 아이오닉5에, 2022년에는 BWM의 미니카인 에이스맨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엔 페라리와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디스플레이도 캐딜락,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10곳에 OLED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현대차동차의 2024년형 제네시스 GV80 부분 변경 모델에도 27인치 차량용 OLED 패널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구 LG디스플레이 오토사업그룹장(전무)는 “탄탄한 고객 구조, 차별화된 기술력, 안정적 공급 역량과 품질, 전용 팹(fab) 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마이크로 LED’ 시장 개화…초격차 확보로 차별화 나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미래 먹거리가 마이크로 LED다. 마이크로 LED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100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1m) 이하의 LED 소자를 사용한 패널이다. OLED처럼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 없이도 스스로 빛과 색을 낼 수 있는 자발광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기물 소재를 사용하는 OLED와 달리 무기물 소재를 사용해 OLED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번인(화면 잔상)’ 현상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 소모가 낮아 모바일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타일을 붙이는 방식으로 LED 모듈을 이어 붙여 조립하기 때문에 초대형 디스플레이로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생산 난이도에 따른 높은 가격은 대중화를 늦추는 장벽으로 꼽힌다.

마이크로LED는 향후 고화질을 요구하는 확장현실(XR) 기기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디스플레이 업계의 ‘큰 손’인 애플은 향후 2~3년 안에 마이크로 LED를 탑재한 애플워치 울트라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4만대 수준이었던 전 세계 마이크로LED 출하량이 2030년에는 5167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XR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3.5%, 스마트워치는 41.6%로 예측됐다.

현재 마이크로LED 시장은 중국 CSOT, 대만 AOU 등 중화권 제조사들이 선제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앞서가는 모습이다.

이에 맞춰, 국내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산학연 기관·기업들은 마이크로 LED 등의 산업 발전을 위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장비·소재 기업들이 함께 참여했다. 정부 또한 지난해 11월 ‘2023년 제3차 연구개발 예타 대상사업’에 마이크로 LED를 비롯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및 생태계 구축사업을 포함시키면서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다. 해당 예타 사업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시장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LED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9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국내에 출시했다. LG전자도 사업용인 136인치 마이크로 LED TV ‘LG 매그니트 올인원’을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대만 울트라디스플레이로부터 마이크로LED 관련 미국 특허 14건을 확보해 기술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4에서 76인치부터 140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마이크로 LED 라인업을 전시하는 한편, 세계 최초로 투명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 측은 “투명 마이크로 LED는 기존 투명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한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한다”며 현저히 높은 투과율로 현재 유리로 사용되는 모든 공간을 디스플레이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마이크로 LED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는 기존 LCD나 OLED 시장만큼 상용화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은 분야”라며 “지속적인 투자, 기술 개발로 국내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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