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지털, 다시 ‘점프 업’] ③ K-배터리,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정조준’

하이니켈 NCM 배터리에서 전고체 배터리까지 기술 초격차 앞세워
저가형 배터리 시장 진출…K-배터리, 성능 높인 LFP 배터리 선보여
K-배터리, 4대 핵심 소재부터 핵심 광물까지 공급망 다각화로 경쟁력↑
전고체·반고체·리튬황·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 막 올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디지털 관련 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심화하며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각 산업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 굴기’는 국내 기업들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표 기업들은 ‘기술 초격차’ 전략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며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과 격차를 벌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관련 산업의 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줄곧 고수해 온 기술 초격차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국내 디지털 3대 업종의 기술 경쟁력은 어느 단계이고,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조건들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③ K-배터리,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정조준’

‘전동화 시대’의 핵심 동력원인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건전지와 같이 한번 사용하고 방전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일차전지와 달리, 방전돼도 다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이차전지는 전동화·무선화·탈탄소화 등이 맞물려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성장했다.

배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전자 기기 뿐 아니라 전기차, 전기 상용차,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개인형 이동장치(PM),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발전으로 잠재력이 큰 산업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K-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분야에서 K-배터리 업계의 입지는 압도적이다. 3사 모두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을 90%까지 올린 NCM9+ 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이 매섭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내수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중국 CATL이 삼성SDI, SK온을 가뿐히 제친 데 이어 세계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턱 밑까지 쫓아 온 상황이다. 중국 BYD도 글로벌 톱10 가운데 중위권까지 치고 올라 왔다.

이에 K-배터리 3사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축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온도 변화·외부 충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열 폭주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춘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은 물론 기존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도 높아 성능도 우수하다. ‘리튬황 배터리’도 우수한 가격 경쟁력에 탁월한 성능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K-배터리 업계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차세대 배터리를 통해 중국 등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K-배터리 3사가 주력 제품인 NCM 배터리와 함께 LFP 배터리 등 저가형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다. <사진=각 사>
K-배터리 3사가 주력 제품인 NCM 배터리와 함께 LFP 배터리 등 저가형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다. <사진=각 사>

◇NCM 주력 K-배터리, LFP 앞세운 중국에 추격 당해

K-배터리 3사가 기술 초격차로 앞서 나가고 있지만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진영의 추격이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CATL의 비(非) 중국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78.4GWh로 집계됐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78.5GWh와 거의 맞먹는 수치다. 양사 모두 시장 점유율이 27.7%로, 박빙의 상황이 됐다.

CATL은 LFP(리튬·철·인산) 배터리를 필두로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더 위협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지난 2020년 11%에서 2021년 25%, 2022년 31% 등 가파르게 치솟았다. LFP 배터리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NCM 배터리에 버금 가는 주력 제품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맞춰, K-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저가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LFP 신제품을 2026년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ESS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LFP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 가능한 제품으로 개발 중이다. SK온은 LFP 배터리를 공급할 완성차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K-배터리 3사가 선보일 LFP 배터리는 중국산보다 성능이 월등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LFP 배터리가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셀 구조 개선, 공정 혁신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핵심 광물 글로벌 동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핵심 광물 글로벌 동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주도권 확보, 공급망 안정화가 필수…공급망 다각화 해야

중국 등 경쟁사에 비해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보한 K-배터리 3사는 공급망 안정화에도 힘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뿐만 아니라 핵심 광물인 니켈, 리튬, 흑연 등까지 전반적인 공급망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혹시 모를 중국발 원자재 수출 통제 조치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 노보닉스와 인조흑연 개발 공동개발협약(JDA) 및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칠레 리튬 생산 기업 SQM과는 장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원료 공급망을 늘렸다.

삼성SDI는 캐나다 니켈광산 개발 기업 캐나다니켈에 지분 투자에 나섰다. 총1850만 달러(약 245억원) 규모의 캐나다니켈 지분 8.7%를 인수했다. 삼성SDI는 캐나다니켈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니켈 생산량 10%를 확보하고 상호 합의하에 15년간 니켈 확보량을 20% 늘릴 수 있다.

SK온은 미국 광물 개발 기업과 연이어 음극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연산 1000톤 규모의 음극재를 개발 중인 우르빅스와 생산규모를 2025년까지 연산 2만8500톤까지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를 체결해 친환경 고성능 음극재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웨스트워터 리소스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쿠사 흑연 매장 지대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으며 광산 근처에 2억 달러를 투자해 흑연 정제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올 상반기 연산 7500톤 규모를 생산한다. 즉 이번 협업으로 흑연부터 음극재까지 미국 내에서 조달·생산하게 된다.

◇전고체·리튬황·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 정조준

K-배터리 3사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올해는 내실을 다져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K-배터리 3사가 낙점한 차세대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약 170도(박막 전고체 배터리 기준)의 고온에서도 발화·폭발 걱정을 덜 수 있다.

3사 중에서 삼성SDI가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샘플 제작에 성공한 삼성SDI는 본격적으로 고객사를 대상으로 사업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담 조직인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했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온은 솔리드파워와 2021년부터 3000만달러(약 400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또한 17일엔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 및 파일럿 라인 공정 관련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SK온은 올 상반기까지 시제품 라인을 가동하고, 오는 2028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반고체 배터리’도 주목하고 있다. 반고체 배터리는 액체와 고체가 갖는 장점을 유지하되, 기존 공정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에 기존 제품군 보다 에너지 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 공동연구팀이 리튬메탈전지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 공동연구팀이 리튬메탈전지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고체 배터리, 반고체 배터리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 리튬황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에 대한 개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 배터리의 선두 주자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 소재를 황을 쓰고, 음극 소재로 리튬메탈을 사용한다. 리튬황 배터리의 경우, 가벼우면서 고용량·고밀도를 구현할 수 있고, 코발트, 니켈과 같은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장기 체공 태양광 무인기에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해 초고고도(해발 15km 이상)에서 총 13시간의 시험 비행을 마무리한 바 있다.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로 리튬메탈 배터리가 꼽힌다. 음극활 물질에 흑연이 아닌 리튬메탈을 이용한 배터리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이 강점이다. 다만 덴드라이트라는 걸림돌로 인해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카이스트와 ‘붕산염-피란(borate-pyran)기반 액체 전해액’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SK온 역시 단국대와 공동으로 산화물계 신 고체 전해질을 개발했다. SK온은 이를 통해 덴드라이트 현상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 업계가 올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기술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며 “중국의 거센 추격에 달아날 방법은 연구개발(R&D) 뿐”이라고 제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