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②무너지는 지방 건설사…줄도산 우려 확산

지난달 기점으로 건설사 부도·법정관리 증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지방에만 80% 넘게 집중
고금리·PF 위기·미분양 여파로 벼랑 끝 위기  

지난해 각종 악재로 힘든 한 해를 보낸 국내 건설업계가 올해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연초부터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한 시공 능력 평가 16위의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돌입했고,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와 법정관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현재 건설사가 직면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진단해 보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건설사들의 부도와 법정관리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방 건설사들은 준공 후 미분양에 신규 분양의 미계약 물량까지 겹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줄도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부도를 맞은 건설사는 총 21곳으로 2022년 14곳 대비 50% 증가했다. 이 중 지난달 부도 업체 8곳 가운데 6곳은 지방 건설사였다.

울산지역 건설업체인 세경토건은 지난달 부산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세경토건은 만기가 돌아온 수십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에서는 지난달 중견 건설사 남명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함안 지역주택조합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데다 PF 대출 실패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명건설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약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서도 건설사 4곳이 법정관리 신청 후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은 상태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정식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의 자산을 동결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법원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 회수가 금지되며 회사도 자체적으로 자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된다.

이 중에는 시공능력평가 전국 176위의 인천 영동건설과 179위의 울산 부강종합건설도 포함됐다. 이달 초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한 부강종합건설은 울산 1위 토목·건축업체로, 지난해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이 1450억원에 달하는 곳이다.

지방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이유는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불어 지방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미분양 물량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수는 5만927가구로, 수도권(6998가구)을 7배 이상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1%로 소폭 감소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9% 증가했다.

특히 지방 소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경우, 8376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1만465가구) 물량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민송종합건설이 시공한 경북 울진 지역의 ‘후포 라온하이츠’는 이달 1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60가구 모집에 청양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전북 익산 ‘익산 피렌체’의 경우, 92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에 단 1명만 신청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 ‘주택공급 확대·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통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주택건설협회는 해당 방안과 관련해 후속과제를 담은 건의서를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하며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주건협은 주요 과제로 △PF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기관 불합리한 대출관행 개선 △미분양 리츠 재시행 △미분양 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개선 등을 제시했다.

주건협 관계자는 “시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위기수준을 감안하면 조금 더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미분양 해소방안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주택사업자 유동성 애로 해소와 주택수요 진작방안 등 주택시장 회생을 위한 추가방안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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