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③반복되는 부동산 PF 위기…“객관적 사업평가 제도·장치 필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반복…“취약한 PF 구조부터 고쳐야”
PF 시행사 자기자본 5% 내외 투입…선진국은 최소 20% 이상
건설사, 부동산 호황기 때 무분별 ‘보증’…객관적 사업평가 해야

지난해 각종 악재로 힘든 한 해를 보낸 국내 건설업계가 올해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연초부터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한 시공 능력 평가 16위의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돌입했고,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와 법정관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현재 건설사가 직면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진단해 보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사진=연합뉴스>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에 대한 위험성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부동산 PF 부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의 내관과도 같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약 8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부실 사태가 발발하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일부 기업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부동산 PF는 특정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증권사 등이 대출하거나 보증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신용도가 낮아도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고, 긍융권은 사업이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해 사업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최근 부동산 PF 부실 문제도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가 확산된 영향이 컸다.

◇ 반복되는 PF 위기는 구조가 취약한 탓

국내 부동산 PF의 구조적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시행사들은 개발사업을 위해 5~10% 수준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시작한다. PF 시행사의 총사업자금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너무 적게 투입되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통상 30~40%의 자기자본이 투입된다.

부동산 PF는 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원자잿값이 상승하고, 여기에 부동산 시장마저 침체되면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사업을 두고 ‘살얼음을 걷는 듯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교수는 “가장 큰 원인은 시행사들의 자체 자금 투입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며 “금융기관도 돈을 빌려줄때는 굉장히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이자율도 비싸지는데, 이걸 감당하면서 사업을 진행시키려니 굉장히 위험한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의 주체가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니 고금리나 자금경색 등에 맞닥뜨려도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며 “완충장치를 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없다보니 약간의 금융위기에도 다 흔들릴 수 있는 연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 부동산 호황기때 뛰어들었던 개발사업, 부메랑 돼 돌아오다

시공사들은 2021년 부동산 호황기 당시 사업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너나없이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행사의 자본력이 약하기 때문에 건설사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책임준공과 같은 형태로 무분별한 보증을 서게됐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동산 호황기 때 여러 사업을 따내기 위해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 보증은 부동산 침체기 때 우발채무가 돼 돌아온다.

건설사들의 조건부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건물을 완성하기만 하면 회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실위험이 드러나지 않아 건설사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해, IFRS를 도입할 때 지급보증 행위에 대해 전부 재무제표에 표시하게 했다”며 “이후 지급보증에 대해 어느정도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우발채무라는 형태로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기자본 투입 늘리고 사업성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최근 금융당국은 이 같은 부동산 PF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PF 시행사의 총사업자금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2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기자본을 늘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찾아온 부동산 PF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건설사의 부도를 막거나 상황이 파국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PF 위기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시행사의 자본력이 약해도 보증 등을 통해 부동산 PF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금융기관도 부동산 경기 불황에 시장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만큼, 느슨했던 대출 관행 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금융권의 보수적인 사업 평가와 더불어 정부가 나서 객관적으로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는 기업평가원 등이 사업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적인 차원에서 사업성을 평가해 장단점을 분석할 때 부동산 호황기 때도 우후죽순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수연 기자 / ddun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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