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 생존전략]① 변동성 확대 속 대응책 마련 분주한 금융권, ‘내실 다지기’ 방점

신뢰 회복 기인한 ‘리스크관리’, 당국 압박 더해져  
책무구조도 도입 분주,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
조직 슬림화로 효율성 꾀해…조직 통폐합 추진

올해 4대 금융지주 신년사의 공통 키워드는 '상생'이다. 이는 금융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는 재난 사황에서도 막대한 이윤을 추구했다는 부정적 인식을 사회적 책임 강화로 만회하려는 시도이기는 하나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 가운데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상생 압박과 성장 균형 사이 2024년 금융권의 생존전략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한미 금리차의 역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국내 외환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 단기자금시장 등 주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부동산발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까지 부각되며 국내외 여건은 더욱 혼란스러워진 형국이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성장성 확대를 위한 변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확보하기 위한 내실 다지기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대표, 진옥동 신한금융 대표, 함영주 하나금융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 대표, 이석준 NH농협금융 대표 <사진=각사 제공>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대표, 진옥동 신한금융 대표, 함영주 하나금융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 대표, 이석준 NH농협금융 대표 <사진=각사 제공>

◆ 리스크관리 ‘한목소리’…내부통제 시스템 재정비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5대 금융지주사 수장들은 일제히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외쳤다.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한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기인한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에 충격 요인으로 작용하면 해당 금융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선포하는 등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금융사의 리스크관리 고도화에 크게 작용한 상황이다.

우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년사는 물론 지난 4일 열린 경영포럼에서도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업(業)의 윤리’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 임직원 모두에게 ‘업의 윤리’를 바로 세워 그룹의 최우선 전략과제인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며 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에게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궁리(窮理)의 주체가 돼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내부통제 강화와 리스크관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그룹소비자보호부문(CCPO)을 신설하고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산하에 소비자보호파트를 신설하며 조직을 확대했다. 해당 부문은 은행, 카드, 투자증권 등 자회사의 소비자보호 업무를 전반적으로 살피는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이다. 아울러 별도로 운영되던 준법지원팀 역시 한데 합쳐 부문의 힘을 키웠다.

또 지난해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선포한 경영진 대상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해 시뮬레이션 진행까지 마친 상태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임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묻기 위한 제도로 오는 7월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라 시행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리스크관리의 최우선인 소비자 보호를 적극 강조하며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고객을 섬기는 철학을 바탕으로 상품·서비스 판매 원칙을 전면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선포했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대(對)고객 상품 판매 철학·원칙 TFT를 구성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을 필두로 ‘내부통제 제도개선 TFT’를 구성해 경영진 책무구조도 마련에도 돌입했다. 이밖에 은행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투자상품관리부 신설, 준법추진부 소속 내부통제 전담인력 조직 신설 등을 통해 리스크관리에 앞장서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적극 강조한 상태다.

이에 하나금융은 업권별로 요구되는 기본 필수 역량을 확보해 본업의 기반을 공고화하는 등 다소 늦더라도 정확하고 올바른 길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간다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하에 내실과 협업을 기반으로 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경영전략을 선포했다. 그는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위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돌발적인 리스크에 면밀히 대비하는 것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상태다.

이에 우리금융은 위험요인 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이 있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등 그룹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내부통제 체계도 그룹 내 사각지대가 없도록 더욱 실효성 있게 업그레이드하고 윤리 및 준법의식 강화와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려운 시기에는 원칙으로 기본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금융업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그는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를 해야한다”며 선제적, 시스템적, 촘촘한 그물망 식의 리스크관리 추진을 주문한 상태다. 특히 최근 글로벌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사전 대응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본국과 해외점포 간의 유기적 리스크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통해 다양한 잠재 위험에 미리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왼쪽부터)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사진=각 협회 제공>
(왼쪽부터)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사진=각 협회 제공>

주요 금융협회장 역시 한목소리로 ‘리스크관리’를 외친 상태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 ‘경제 방파제로서의 기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건전성과 유동성을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투자자교육 등을 통한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대내외 다양한 리스크요인들이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 그 충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역시 “보험산업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과실을 위해 근간인 소비자 신뢰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도 “각종 금융사고로 말미암은 내부통제의 중요성,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 또한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위험 관리’에 더욱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수익성 증대 어려운 환경 속…타개책은 ‘효율적 조직 운영’

불확실한 금융환경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것은 모든 금융사의 공통된 과제다. 이에 금융사들은 비상 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한 ‘효율성 강화’ 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KB금융은 올 들어 부회장직을 폐지하는 동시에 3명의 부회장이 총괄했던 10개 사업 부문을 3개 부분으로 축소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도 기존 세분화된 부서 조직을 통합하면서 부서 수를 104개에서 93개로 약 10%가량 감축했다. 아울러 기존 ‘그룹-총괄-본부-부서’ 4단계 지휘 체계도 ‘그룹-본부-부서’ 3단계로 줄였다. 조직과 인력 운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다.

신한금융의 조직개편 역시 조직 슬림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11개에 달했던 부문을 4개로 줄였으며 지주사 경영진도 10명에서 6명으로 감축했다. 부문장과 파트장에는 직위와 관계없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배치했는데, 직위가 아닌 직무 중심으로 리더를 임명해 효율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부회장직을 없애고 부문 임원제를 도입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각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방식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올해는 조직 슬림화 형태를 크게 꾀하지 않았다. 대신 핀셋형 조직개편을 통해 효율성을 더했다.

조직 슬림화 추세는 기타 금융사들에서도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기존 9개 부문, 40개 본부, 124개 부를 8개 부문, 34개 본부, 111개 부로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전략조정, ESG금고경영지원, 공제 총 3개 부문을 폐지하고 대체투자 등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7개 본부를 통폐합하는 방식이다. 또 부문장 등 20개 직책을 축소해 비대해진 중앙회 조직을 슬림화했다.

지난 25일 열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역시 대다수가 농협경제지주를 농협중앙회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정도로 농협중앙회 역시 조직 슬림화를 통한 효율성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복된 조직과 인력을 감축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 농협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영종 대표 취임 후 첫 조직개편에 나선 신한라이프 역시 올해 기존 13그룹 16본부 72부서 13파트를 11그룹 15본부 69부서 20파트로 변경하는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진행했다.

신한카드도 기존 7그룹 체계를 5그룹 체계로 슬림화하고 전사 비용 내실화 및 혁신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해 효율적 성장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변화와 혁신보다는 내실 경영을 추진하며 기본기를 다지고 내부 재정비를 통해 효율성을 꾀하는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에 충실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 역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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