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 생존전략]③ 불황일수록 ‘신사업’ 투자…금융지주, 혁신 서비스 박차

불확실한 미래 대비해 새 먹거리 발굴에 분주
디지털 전환 전략 키워드는 ‘슈퍼앱·AI’
글로벌 진출 차별화 나서…동남아서 유럽으로 영토확장

올해 4대 금융지주 신년사의 공통 키워드는 '상생'이다. 이는 금융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는 재난 사황에서도 막대한 이윤을 추구했다는 부정적 인식을 사회적 책임 강화로 만회하려는 시도이기는 하나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 가운데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상생 압박과 성장 균형 사이 2024년 금융권의 생존전략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경기 둔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협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신사업 도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자이익에 치중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금융은 물론 비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슈퍼 앱’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키워드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글로벌 사업의 경우 차별화를 내세워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 금융권에 부는 AI 바람…생활밀착형 서비스 준비도 착착

최근 몇 년간 금융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으로 경영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만큼 공염불에 가까운 경영 전략도 여럿 있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해 온 것도 사실이다. 올해 금융사들은 그간 쌓아온 성과를 밑바탕으로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의지는 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의 조직개편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역량을 집중해 ‘효율성’을 챙기는 한편, 각 사 디지털 전략에 AI를 접목하고 이를 일상생활과 연계하는 데 무게를 뒀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이제 금융은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가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모든 금융상품과 서비스 기능을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로 모듈화해 어떤 플랫폼에도 고객 맞춤형으로 탑재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DT(디지털 전환) 본부와 AI 본부를 배치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플랫폼을 담당하는 ‘디지털사업그룹’을 비롯해 외부 플랫폼기업과의 제휴·협업을 담당하는 ‘임베디드영업본부’를 신설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슈퍼 쏠(SOL)’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략을 추진한다. 슈퍼 쏠은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투자증권·신한라이프·신한저축은행 등 5개 그룹사 앱의 핵심 기능을 융합한 통합 플랫폼이다. 향후 비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유니버셜 간편 앱’으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간다는 복안이다.

최근 열린 ‘2024 신한경영포럼’에서도 AI를 디지털 전략에 접목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발전과 함께 업권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현재 금융환경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며 그룹사 간 협업 기발 리테일 비즈니스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AI 고도화를 천명했다. 기존 그룹 디지털부문 산하 데이터본부 조직을 ‘AI데이터 본부’로 재편했다.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은 ‘금융AI부’를 신설, 분산된 역량을 집중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혁신은 거창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손님들이 보다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하고, 직원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고 영업의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과주의’를 내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안에 디지털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선포했다. 우리금융은 최근 그룹 IT거버넌스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하반기 슈퍼앱 ‘뉴원(WON) 뱅킹’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모빌리티,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생활밀착형 사업모델도 구상 중이다.

옥일진 우리금융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그룹에서 추진 중인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슈퍼앱을 구축하고 있다”며 “우선 올해 하반기 현재 그룹사 기준으로 뉴 원을 구축하고,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게 되면 신속하게 뉴 원에 편입할 수 있도록 기반 여건을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AI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평했다. AI를 통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다가올 서비스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지을 핵심 요건이라는 설명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계열사의 사업과 서비스 전 영역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전사적으로 구축 중인 슈퍼플랫폼을 비금융 서비스와 AI를 탑재한 ‘완성형 슈퍼플랫폼’으로 꾸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 글로벌 진출 새 기준 제시…유럽으로 영토 확장도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은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우선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글로벌 부문’을 지주 전담조직으로 전환하고 조직도상 최 앞단에 배치해 지주의 전략적 목표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지주 부회장이 다른 부문과 함께 담당하던 체제에서 탈피해 단독 부문으로 글로벌 사업의 격을 높인 셈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내실과 협업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위상 강화 및 신영토 확장을 목표로 들었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새로운 거점 확보와 차별화된 성장 전략 추진을 과제로 꼽았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글로벌 부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과 디지털화를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본국과 해외점포의 유기적 협업을 통한 글로벌 ‘E(환경)’금융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완료된 상황에서 각 점포 운영체계의 디지털화에도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글로벌 사업 영역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동유럽으로 넓히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2차전지와 방산 등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동유럽에 대거 진출한 만큼, 늘어난 기업금융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헝가리 중앙은행에 부다페스트 대표사무소 개설 인가를 신청했다. 1분기 중 부다페스트에 대표사무소를 설립한다는 목표다. 현지 은행법상 대표사무소의 영업활동이 금지되는 만큼, 시장 조사와 네트워크 관리 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중 최초로 헝가리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이미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2차전지 부품업체인 신흥에스이씨 헝가리 법인을 대상으로 총 6500만유로(약 920억원) 규모의 글로벌 신디케이션론 주선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를 열고 차기 거점으로 폴란드를 꼽았다. 지난 2017년 폴란드 카토비체에 개설한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켜 국내기업의 무기 수출에 확대에 따른 현지 금융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올해 폴란드 현지에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하고 거점을 마련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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