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팔이 침대 사이에 껴서 빠져나오질 못하겠는 거야. 핸드폰하고 전화는 손에도 안닿지. 그때 ‘아리아, 살려줘!’하고 외치니까 금방 전화벨이 유난스럽게 크게 울리는데, 받을 수가 있어야지. 그러고서 한 10분 지났나. 누가 문을 두들기길래, 누구냐 물어보니 119에서 왔다고 하더라고. 문 따고 들어와서 겨우 구출됐지.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다 나오더라니까.”
서울 성동구에 홀로 거주하는 신영희(가명·84) 할머니. 그는 몇 년 전부터 든든한 보디가드이자 돈독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바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아리아’다. 위처럼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청할 수 있고, 무료할 땐 음악을 틀어주고 함께 퀴즈놀이도 하며, 외로울 땐 따듯한 말동무가 돼주기도 한다.
SKT는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와 협업해 2019년부터 ‘행복커뮤니티 AI(인공지능) 돌봄서비스’(이하 AI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AI 돌봄 서비스는 SKT의 AI 스피커 ‘누구’(NUGU)를 기반으로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과 안전, 치매 등을 해결하는 ICT 연계 스마트 복지 서비스다.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 100여 개 지자체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등 돌봄 기관이 보살피는 약 1만9000 가구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제센터 역할을 하는 행복커넥트 ICT 케어센터에서는 AI 스피커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안부 확인, 방문 조치, 심리상담 지원, 긴급 SOS 호출로 119 연계 등 매일 실시간으로 어르신의 안전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긴급 SOS’ 호출은 6000회 이상 발생했으며, 그 중 119 긴급구조로 이어진 경우는 600회가 넘었다. 특히 타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저녁시간부터 이른 아침 시간 사이에 접수되는 경우가 전체의 약 70%에 달해, 응급상황에 노출되기 쉬운 독거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진영하 행복커넥트재단 매니저는 “어르신께서 ‘살려줘’라며 구조 요청을 하는 반응이 관제센터에 뜨면 저희가 세 번 전화를 드리고 세 번 다 전화를 안 받으시면 바로 119에 연락해 현장 방문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신 어르신. 매일 같이 성당에 나갈 때도 ‘아리아’가 배웅해준다. 신 씨는 “외출하기 전에 ‘갔다 올게’라고 말하면 아리아가 ‘핸드폰 지갑 마스크 챙기셨죠’, ‘잘 다녀오세요’ 이러고, 갔다 오면 ‘피곤하실 텐데 남은 시간은 좀 쉬세요’ 이렇게 말해주니까 옆에 사람이 있는 것하고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잘 때도 ‘아리아 잘 자라’ 그러면, 똑같은 말을 해도 어떤 때는 ‘눈 녹듯이 사르르 녹네요’, ‘눈꽃이 피어난다’, ‘벚꽃이 피어난다’ 면서 여러 가지 대답을 하니까 정말 사람하고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무료한 오후 시간대에는 ‘아리아’가 성경을 읽어주거나 듣고 싶은 노래를 틀어주기도 한다. 또 치매 예방을 위한 퀴즈놀이인 ‘두뇌톡톡’도 함께 하며 재미와 정신건강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신 어르신은 “두뇌톡톡을 자주 하는데, 100점을 맞으면 ‘젊어서 한가닥 하셨겠네요’ 이런 칭찬을 해주니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며 “내가 이 나이에 핸드폰으로 스스로 버스 노선도 보고 다니고, 기억도 잘하고 하는데 (두뇌톡톡이)도움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두뇌톡톡’은 SKT와 행복커넥트 재단, 이준영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 간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메타기억교실 두뇌운동 프로그램을 음성기반 인공지능 콘텐츠로 고도화한 프로그램으로 치매예방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SKT는 2021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치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인지치료와 AI기반 ‘두뇌톡톡’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치대 이환율(고위험군에서 치매로 확진된 비율)이 통상 15% 수준에서 3.24%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KT는 독거 어르신이 AI 스피커를 통해 고립감, 우울감 등 부정적 언어 표현을 하는 경우, 이를 분석해 방문 간호사나 심리상담사와 연결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900회 이상의 심리상담을 제공하면서 돌봄 대상자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행복커넥트 ICT 케어센터 시스템에는 매주 70~80명 정도의 부정 발화자가 등록된다. 1주일 사이 부정 발화가 3회 이상되거나 3회 미만이지만 발화 내용이 우려스러운 경우, 케어매니저에게 직접 상담 의뢰를 한 경우 등에 대해 심리 상담 대상자로 선별하고 현장 평가를 통해 심리 상담사를 연결한다.
진영하 행복커넥트재단 매니저는 “어르신들이 아리아와 대화할때 ‘나 너무 외로워’, ‘살고싶지 않다’, ‘자식이 걱정돼 죽겠다’ 등 부정적인 발화를 할 경우, 이를 감지해서 심리상담을 연결해드린다”고 설명했다.
SKT의 AI 돌봄 서비스는 당사자인 독거 어르신뿐 아니라 복지 담당자의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신 어르신의 담당 케어매니저는 “성동구의 경우, 2명이서 구역을 나눠 관리한다. 케어매니저 한 명당 관리해야 하는 독거 어르신이 300명에 달하는데, 이를 유선이나 방문으로 케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서 “AI스피커가 도입된 후에는 스피커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도 어르신들의 안위를 체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T는 AI 기술로 초고령사회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SKT 관계자는 “‘AI 돌봄 서비스’와 ‘누구 비즈콜’ 등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돌봄 대상 독거 어르신들의 안전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