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맞은 편의점] ③편의점발 히트상품 ‘수두룩’...MZ 공략하며 식음료 트렌드 주도

업계, ‘단독출시’ 적극 활용…PB·NPB로 가격 경쟁력 높여
곰표 밀맥주 시작으로 크림빵·하이볼·약과 등 잇따라 히트
전체 매출 70% 이상 MZ가 소비…MZ 취향 파악에 ‘올인’

편의점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담뱃가게’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3년간은 매출이 대형마트를 앞지를 정도로 커졌다. 최근 고물가 심화로 가성비를 앞세운 편의점 상품들은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의 구조적 변화도 편의점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당분간 편의점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들은 이 기세를 몰아 앞다퉈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자체 제품이나 협업 제품 등을 출시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를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20년 상반기 가장 화제가 됐던 맥주는 ‘곰표 밀맥주’다.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단독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개가 완판됐고, 1주일 만에 3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곰표 밀맥주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수제 맥주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곰표 밀맥주를 시작으로 유통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히트 제품 중 다수가 편의점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크림빵, 하이볼, 약과의 유행은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이들 제품은 MZ세대 취향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식음료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류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편의점 업계도 1020세대의 매출 비중이 70% 정도를 차지하다보니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20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등 MZ 취향 파악에 올인하고 있다. 

단독출시가능PB·NPB로 경쟁력↑

편의점 업계의 크림빵 열풍은 CU가 촉발했다. 작년 초 CU가 내놓은 ‘연세우유생크림빵’ 시리즈가 출시 한달만에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흥행하자 타 편의점 업계도 앞다퉈 크림빵 제품을 출시했다. 

‘연세우유’는 CU가 연세대 측에 협업 제안을 하면서 만든 대표적인 NPB(공동기획브랜드)다. 연세우유생크림빵이 인기를 얻자 GS25도 지난해 베이커리 PB(자체브랜드)인 ‘브래디크’를 통해 ‘브래디크 생크림빵’시리즈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월 ‘제주우유’ 와 손잡고 ‘제주우유 생크림빵’시리즈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편의점 3사는 ‘RTD 하이볼’ 트렌드도 이끌고 있다. RTD(Ready To Drink, 즉석음료)는 완제된 음료를 가르킨다. 지난해 MZ세대 사이에서는 술과 음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문화가 확산되자 편의점 업계는 발빠르게 하이볼을 출시하며 유행을 주도했다.

가장 먼저 CU가 지난해 11월 제조 과정을 생략한 RTD형태의 하이볼 ‘어프어프 하이볼 2종’을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선보였다. 간단하게 하이볼을 즐길 수 있다는 편리함과 홈술 트렌드가 맞물리며 해당 제품은 출시 사흘 만에 20만개까지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에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쿠시마사 원모어 하이볼 2종’, ‘노슈가애디드 무설탕 하이볼’을 선보였다. 편의점 3사는 최근에도 RTD 하이볼 제품을 꾸준히 늘리며 경쟁하고 있다.

이들처럼 편의점에서 소위 잘나가는 품목은 대부분 PB(자체브랜드) 또는 NPB(공동기획상품)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단독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또 제품의 유통 단계가 줄어 제조사 브랜드 보다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도 있다. 

지난해부터 PB·NPB 상품의 줄히트가 이어지면서 편의점 3사의 전체 매출 중에서 PB·NPB 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30%까지 올랐다. 편의점 3사의 PB매출 비중은 CU가 25~30%, GS25가 30%, 세븐일레븐은 35%에 달한다.

GS25에 따르면 PB상품 매출 신장률은 2021년 17.2%에서 2022년 29.7%로 올랐다. CU도 2021년 15.2%에서 2022년 16% 그리고 2023년(1~4월)기준 19.2%로 오름세다. 

편의점 3사가 현재 운영중인 PB·NPB는 제품수가 워낙 많아 파악도 힘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패자없는 경쟁’…함께 성장하는 편의점 업계

PB상품을 필두로 한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특정 업체의 시장 독과점이 아닌, 유통업계 내 편의점 역량을 동반 성장시키는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연세우유생크림빵’, ‘이웃집 통통이 약과쿠키’ 같은 차별화 상품은 해당 제품군 전체 매출을 견인할 정도로 인기다. 그렇다 보니 편의점마다 비슷한 제품을 따라 내며 경쟁이 심화됐다. 업계에서는 한쪽이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제품 시장이 커지면서 3사의 매출이 모두 느는 결과로 이어졌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차별화 상품 하나가 성공을 거두면 따라 출시한 타사 제품도 함께 매출이 오르며 동시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CU의 올해 1분기 디저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1.4% 신장했고,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GS25는 지난해 냉장디저트류 매출이 2021년 대비 122.4% 올랐고, 그 중 생크림빵 매출 비중이 40%를 차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오히려 대형 제조업체나 기업에서 먼저 상품 제작 요청이 들어온다”라며 “자체 유통 채널도 있는 대형 기업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 정도로 편의점이 유통 강자로 자리매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성동구 카페 ‘빌로우’에서 판매하는 까눌레(왼쪽)와 GS25에서 제품화한 ‘빌로우 크림 까눌레’ <사진=김연지 기자>
서울시 성동구 카페 ‘빌로우’에서 판매하는 까눌레(왼쪽)와 GS25에서 제품화한 ‘빌로우 크림 까눌레’ <사진=김연지 기자>

MZ 뭐 먹나”… 소비트렌드 돋보기 된 편의점

편의점 업계는 최근 어느 유통가보다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편의점 전체 판매 매출 비중의 70% 이상이 1020세대 소비자인 만큼, 그들을 중심으로 번지는 소비트렌드를 기민하게 읽어내 제품화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명 맛집과의 협업이다. 최근 편의점에서 내놓는 일부 디저트는 ‘인스타그래머블(소셜네트워크에 올리고 싶은)’한 외형을 구현함을 물론 SNS 속 유명 맛집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직접 방문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맛집 디저트를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니 젊은 세대 호응도 좋다.

CU는 서울시 압구정 로데오에 있는 약과 맛집 ‘이웃집 통통이’와 협업했다. 이웃집 통통이의 대표 상품인 약과쿠키를 제품화해 전국 출시하자 판매 5일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GS25는 성수동 감성 카페 ‘빌로우’와 협업해 까눌레를 제품화 했다. ‘빌로우 크림 까눌레’제품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냉장디저트류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일명 ‘약켓팅(약과+티켓팅)’ 현상의 시발점이 된 ‘장인한과’와 협업해 상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는 벌써부터 출시 예정을 알리는 게시글이 업로드되며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젊은 세대 내 유행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제품화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거나 1990년대생 MZ직원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CU의 대작 연세우유크림빵을 만든 MD도 1990년대생으로 알려졌다. 해당 MD가 상품 계획실에 있을때 CU측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위한 지원을 물심양면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CU는 트렌드분석 팀을 따로 두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GS25는 20대 직원들로 구성된 ‘MD서포터즈’를 운영중이다. 이들의 의견은 신제품 개발과 행사기획에 적극 반영되며, 최근엔 이들로 약과연구소를 꾸리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대부분의 MD가 MZ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세븐일레븐의 디저트, 주류 등 이슈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한다.

이밖에도 편의점 3사는 MZ고객 확보를 위해 팝업, 플래그십 형식 매장을 운영하는 등의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중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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