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2024년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 이후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자산 규모가 줄어든 영향이다. 롯데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롯데렌탈 매각까지 무산되면서 그룹의 재무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해 말 기준 공정자산총액이 142조4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재계 순위도 기존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10대 그룹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감소한 곳은 롯데가 유일했다.
롯데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굳건히 지켜오던 재계 5위 자리는 한화가 차지했다. 한화그룹은 방산·에너지 사업 호조에 힘입어 공정자산총액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149조6050억원을 기록하며 재계 순위가 기존 7위에서 두 계단 뛰었다.
롯데의 자산 규모가 감소한 것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초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5%를 활용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통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롯데건설 퇴계원 부지 매각(1800억원), 호텔롯데 아볼타 지분 매각(1576억원), 코리아세븐 ATM 사업 매각(약 600억원) 등을 진행했다.
최근 인력 구조개편에 나선 점 역시 수익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 작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롯데물산은 만 45세 이상 또는 근속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26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물산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1982년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도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신청 대상은 동일 직급 기준 근속 8년 이상이면서 만 48세 이상인 직원이다.
이는 그룹 차원의 조직 효율화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말 HQ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원 수를 약 13% 줄이고 대표이사 21명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그룹 차원의 재무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합산 순차입금은 2024년 말 3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7조6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21년 말 24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재무 부담이 이어지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총자산은 2025년 말 37조9102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8조5373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과거 그룹의 대표 캐시카우로 꼽혔던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며 그룹 재무 부담을 키우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4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최근 누적 적자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재무 부담은 오히려 확대됐다. 차입금은 지난해 4분기 9조3994억원에서 올해 1분기 10조1082억원으로 7098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부채도 13조4889억원에서 13조7760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 비율 역시 38.0%에서 43.7%로 상승했다. 반면 현금예금은 2조6948억원에서 2조1892억원으로 감소했다.
롯데렌탈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던 그룹 차원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롯데는 지난해 3월 보유 중인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5728억원에 어피니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하면서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재무 개선 여부가 롯데렌탈 재매각 성사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매각에 성공할 경우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차입 확대나 추가 자산 매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렌탈은 견고한 실적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다양한 잠재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선택과 집중 기반의 사업 구조혁신에도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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