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이 HD현대그룹 조선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HD현대는 생산 부문에서 출발해 43년간 조선 현장과 경영 일선을 거친 그에게 조선 계열사 간 전략 조율과 에너지 신사업 확대를 맡겼다. HD현대중공업의 현장 안전은 별도 대표이사가 전담하고, 이 부회장이 그룹 조선사업의 성장 전략을 이끄는 구조다.
5일 HD현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7일 발표된 2026년도 사장단 인사에서 조선사업 총괄 부회장에 선임됐다. 총괄 부회장은 이번에 신설된 직함으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의 핵심 과제 발굴, 회사별 대응전략 수립, 업무 조정을 통한 시너지 확대를 맡는다. 데이터센터용 엔진발전 사업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이번 인사로 HD현대중공업은 이 부회장과 조민수 안전총괄 대표이사 내정자의 공동대표 체제로 바뀌고, 금석호 사장은 경영지원 총괄 역할에 집중한다.
◇생산 현장에서 시작한 43년
이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생산 부문에서 선박 건조 업무를 오래 맡았다. 2015년 현대삼호중공업 생산부문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겨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 11월 같은 회사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2020년 5월에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대표에 선임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잇단 중대재해에 대응해 조선사업대표를 사장급으로 격상하고 생산과 안전을 함께 총괄하도록 했다. 생산본부도 안전생산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 부회장은 이듬해인 2021년부터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았고, 지난해 10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통합 첫해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이 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HD현대미포를 흡수합병했다. 합병 실적이 분기 전체에 처음 반영된 올해 1분기에는 매출 5조9163억원, 영업이익 9054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매출 6조3322억원,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3분기 매출은 5조7536억원, 영업이익은 8992억원으로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8445억원이다. 통합 법인은 2035년까지 방산 부문 매출 10조원을 포함해 연매출 37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룹 조선 부문 영업이익은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조448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3조9045억원)보다 많다. 2분기 영업이익 1조6451억원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그룹 조선 계열사의 3분기 누적 수주는 176척, 191억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를 넘어섰다고 회사는 밝혔다.
◇엔진·SMR로 사업 영역 확장
이 부회장이 추진할 신사업 가운데 데이터센터용 엔진발전은 이미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AEG와 6271억원, 8월 코반에너지그룹과 9560억원 규모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코반에너지그룹과의 계약은 1000MW 규모로, 체결 당시 회사 역대 최대 발전용 엔진 계약이었다. 엔진기계사업부는 수익성도 높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24.2%로 전사 영업이익률(15.6%)보다 8.6%포인트 높았다.
HD현대중공업은 생산능력 확충에도 나섰다. 지난 9월 10일 발전엔진과 SMR에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8336억원을 들여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연산 3GW 규모의 발전엔진 생산기지를 짓는다. 2027년 1분기 착공해 2028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나머지 2386억원으로는 울산조선소 안에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을 지어 2029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발전엔진 생산기지가 완공되면 울산 본공장은 선박용 엔진을, 신규 공장과 전남 영암의 자회사 HD현대엔진은 육상 발전용 엔진을 생산하게 된다. HD현대엔진 영암 공장에 증설하는 1GW를 더하면 육상 발전용 엔진 생산능력은 2028년 4GW가 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선박용을 포함한 힘센(HiMSEN)엔진 전체 생산능력은 현재 3GW에서 2030년 7.2GW로 늘어난다. 신규 발전엔진 공장 건설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한주석 엔진기계사업 대표가 이끌 예정이다.
◇안전은 전담 대표이사 체제로
HD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4월과 7월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이 작업 중 숨졌다. 회사는 7월 29~31일 ‘안전 셧다운’을 실시해 전 직원 특별 안전교육과 고위험 공정 재점검을 진행했다. HD현대는 이번 인사에서 안전 관리를 별도 대표이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조선사업대표인 조민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안전총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1966년생인 조 사장은 입사 후 줄곧 조선 현장에서 일했다.
이 부회장은 6년 전 조선사업대표로서 생산과 안전을 함께 책임졌다. 이번에는 현장 안전을 조 사장에게 넘기고 그룹 조선사업 전략과 신사업에 집중한다.
◇경쟁사 수장과 다른 이력
국내 경쟁사 수장과 비교하면 이력의 차이가 뚜렷하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2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 대표에서 자리를 옮겼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1988년 한화에 입사해 태양광·에너지·화학 계열사 대표를 거친 뒤 2024년 10월 선임됐다. 두 사람이 다른 업종 계열사 대표를 거쳐 조선사 수장이 된 반면, 이 부회장은 조선소 생산 현장에서 경력을 시작해 그룹 조선사업 총괄 자리에 올랐다.
이 부회장 체제의 구체적인 방향은 내년도 사업계획에 담길 전망이다. HD현대는 지난 2일 부사장 7명 등 77명 규모의 후속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이달 중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경영계획 전략회의를 열어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핵심사업인 조선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현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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