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 오너일가의 ‘공정자산’ 대비 지분 보유 수준이 회사별로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보험사와 대기업집단 금융 계열사로 편입된 보험사 사이의 격차가 특히 뚜렷했다.
여기에서 ‘공정자산 대비 오너일가 보유 주식가치 비중’은 그룹 자산 규모에 견줘 오너일가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지분가치를 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비중이 낮을수록 적은 지분으로 큰 자산을 지배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금융사의 공정자산은 자본총계 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을 적용한다.
15일 CEO스코어데일리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6년 지정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89곳’의 공정자산 대비 오너일가 보유 주식가치 비중을 조사한 결과, 오너일가 지분이 확인된 보험사는 흥국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생명, 한화생명, DB생명, 삼성화재 등 8곳으로 집계됐다. 공정자산은 2026년 지정일(4월 말) 기준 최근 사업연도 말, 보유 주식은 2026년 8월 말 기준이다.
해당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흥국생명이었다. 태광그룹 계열인 흥국생명의 공정자산 1조1837억원 가운데 오너일가 4명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7486억원으로 63.24%에 달했다. 이호진 전 회장이 47.73%(5650억원)를 쥐고 있고 이원준 씨 12.42%(1470억원), 이성아·이정아 씨가 각각 1.54%(183억원)씩 보유 중이다.
이어 교보생명이 34.96%로 뒤를 이었다. 공정자산 7조6548억원 대비 오너일가 지분가치는 2조6760억원이다. 신창재 회장이 33.79%(2조5864억원), 신영애 씨가 1.17%(896억원)를 갖고 있다.
DB손해보험은 23.55%로 공정자산 9조8549억원 가운데 오너일가 3명의 지분가치가 2조3213억원이다. 김남호 회장이 9.74%(1조1553억원)로 가장 많고 김준기 창업회장 6.43%(7622억원), 김주원 부회장 3.40%(4038억원) 순이다.
현대해상은 21.29%다. 공정자산 4조8834억원 가운데 정몽윤 회장이 23.08%(1조14억원)를 보유했고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과 정정이 현대하임자산운용 대표가 각각 0.48%(208억원)와 0.40%(175억원)를 보유했다.
삼성생명의 공정자산 대비 오너일가 지분가치 비중은 18.83%다. 다만 절대 금액에서는 압도적이다. 이재용 회장 10.44%(6조3892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5.76%(3조5264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1.15%(7056억원)를 합쳐 10조6212억원으로, 조사 대상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10조원을 넘겼다.
◇ 한화생명 0.01%…‘지배구조 형태·상장 여부’ 차이
반대로 오너일가 지분가치가 사실상 0에 가까운 보험사들도 있다. 한화생명은 김동원 사장이 0.03%(17억원)를 보유해 비중이 0.01%에 그쳤다. 흥국생명과 4500배 넘게 벌어진 수치다.
DB생명(0.09%·11억원)과 삼성화재(0.14%·293억원)도 비중이 1%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화재의 오너 지분은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0.09%가 전부다. 한화손해보험과 흥국화재, 미래에셋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오너일가 보유 지분이 확인되지 않았다.
대기업집단 단위로 봐도 흐름은 비슷하다. 89곳 전체의 공정자산 대비 오너일가 주식가치 비중은 10.2%인데, 보험사를 모태로 하는 두 곳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교보생명보험그룹이 19.8%(공정자산 13조4941억원·주식가치 2조676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이 17.0%(6조1738억원·1조509억원)다.
흥국생명·흥국화재를 거느린 태광(17.4%)과 DB(16.4%), 삼성(14.6%)도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을 보유한 한화는 4.6%에 머물렀고 토스(7.5%), 카카오(12.1%)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같은 편차는 지배구조 형태와 상장 여부에서 비롯된다. 업계는 비중이 낮은 기업집단의 공통점으로 지주사를 통한 수직적 지배구조를, 높은 집단의 공통점으로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비상장이라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교보생명과 흥국생명, DB생명보험은 비상장사다. 비상장사의 주식가치는 시장 시세가 아닌 공정자산에 지분율을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비중이 지분율과 사실상 같아진다. 교보생명의 34.96%, 흥국생명의 63.24%는 오너일가 지분율 그 자체인 셈이다.
반면 상장 보험사는 8월 말 종가가 반영되면서 지분율과 비중이 어긋난다. DB손해보험은 오너일가 지분율이 19.57%인데 비중은 23.55%로 더 높다. 시가총액이 자본총계를 웃돌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정반대로 지분율 23.96%에 비중 21.29%로, 시장이 매긴 값이 장부가에 못 미친다.
이처럼 산출 방식이 갈리는 탓에 보험사 간 비중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오너 개인이 쥔 지분가치의 절대 규모에서는 순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총수 개인 기준으로는 신창재 회장이 2조5864억원으로 대기업 총수 89명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보험사 지분만으로 상위 20위권에 든 유일한 사례다. 이재용 회장은 전체 1위(47조596억원)지만 이 가운데 삼성생명 지분은 6조3892억원으로 13.6%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하 신지급여력(K-ICS, 킥스) 규제 탓에 자본을 두껍게 쌓아야 해서 공정자산 자체가 크게 잡힌다”며 “자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증자가 반복되면 오너 지분은 희석될 수밖에 없어, 오너일가가 지분을 지켜낸 곳과 그룹 금융 계열사로 편입된 곳의 숫자가 반대 방향으로 갈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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