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은 주담대 못 받는데”…美, ‘임원 주식담보’ 금지 vs 韓, 사적활용 관리기준 ‘전무’

美 S&P500 기업 93.4%, 주식담보 제공 금지하거나 예외·제한 규정
엔비디아·알파벳·MS·애플, 주요 빅테크 적용 대상과 금지 내용 명시
사적 자금조달 창구활용 차단…기업 및 주주 가치 훼손 방지 목적
韓, 대기업 오너일가 주담대 일상화…관리기준 사실상 ‘전무’
주담대 비롯 금융거래, 지배구조 훼손 우려…관리기준·감독절차 필요성 제기

미국 대형 상장기업 대부분은 이사와 임원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대출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담보 주식이 강제매각될 경우, 주가와 주주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 총수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도 공개되는 정보는 담보계약 여부와 대출 규모에 그친다. 실제, 국내 대표 기업집단인 삼성과 SK의 핵심 상장사인 삼성전자와 SK㈜는 관련 제한 규정과 이사회 관리 절차가 사실상 전무해, 최소한 관리기준 이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우, 기업 총수들이 주식담보 대출을 활용해 개인 기업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경영승계를 위한 사적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국내 기업구조상 주요 대기업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이 상속세 마련을 위한 주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최소한 오너일가 뿐만 아니라 주요 임원들이 주식담보대출을 사금고 처럼 운용하는 병폐는 제한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美 S&P500 기업 93.4%, 주요 임원 주식담보 엄격 ‘금지·제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대표 대형주 지수인 S&P500 기업의 73.5%는 예외 없는 주식담보 금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S&P500 기업의 19.9%는 예외나 면제 요건을 둔 제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주식담보 제공을 명시적으로 허용한 기업은 2.7%에 불과 했으며, 관련 정책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은 4%에 그쳤다.

미국 기업의 주식담보 제한 정책도 처음부터 보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그린마운틴커피로스터스 창업자 로버트 스틸러는 주가 급락에 따른 마진콜로 회사 주식 500만주가 강제매각 되면서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경영자 및 주요 임원의 주식담보를 제한하는 정책이 확대 시행된 것이다.

◇ 주요 빅테크, 적용 대상 구체적 명시…오라클, 창업자 예외규정 두고 감독

미국내 주요 기술기업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자료를 통해 주식담보 정책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 세계 시가총책 1위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등 주요 빅테크 들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2월 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의 ‘내부자거래 정책’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원과 직원 뿐만 아니라 외부 계약 인력과 컨설턴트도 자신이 보유한 엔비디아 증권을 대출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도 2026년 주주총회 위임장에서 모든 직원과 비상근 이사가 알파벳 증권을 대출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역시 2026년 주주총회 위임장을 통해 이사와 임원의 회사 주식 담보 제공을 금지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주식담보 금지 규정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고위 임원의 개인적인 자금조달로 회사 주식이 처분되거나 경영진과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가능성을 차단, 관리하기 위해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한 지배구조 정책이다.

물론, 이같은 금지 규정은 미국내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은 이사와 임원의 회사 주식 담보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래리 엘리슨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오라클의 경우도, 일부 주주들이 엘리슨의 주식 담보 제공이 주주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고, 이에 회사는 지배구조위원회가 엘리슨의 담보계약과 관련한 위험을 매 분기마다 점검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있다. 주식담보 제공 금지 여부와 별개로 주주들이 예외와 감독 절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국내 대기업 63% 총수일가 주식담보대출…잔액만 8조4034억원

미국내 주요 기업에서 경영자를 비롯한 주요 임원의 주식담보를 철저히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는 주식담보를 통한 대출이 총수일가의 보편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CEO스코어가 올해 3월31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총수가 있고 총수일가가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65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41곳(63.1%)에서 주식담보대출이 확인됐다. 대출 잔액 규모도 총 8조4034억원에 달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대출 잔액이 3조86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K그룹이 63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이같은 통계는 임원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총수일가 전체의 주식담보대출을 집계한 수치다. 또 조사 기준일 이후 발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신규 대출도 삼성그룹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 이재용·최태원, 보유주식 담보 차입…“리스크 해소, 관리기준·절차 필요”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총수를 중심으로,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0월12일 모친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 766만7100주를 약 1조9206억원에 장외 매입했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은 주식 매입대금 전액을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이 회장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4200억원과 4300억원을 빌리면서 기존에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53만4000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한국증권금융과 한국투자증권, BNK투자증권을 포함한 전체 주식담보대출 계약액은 1조9350억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보유 중인 SK㈜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주식담보 대출 잔액은 4415억원에 달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미등기 임원이고, 최 회장은 SK㈜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다. 국가마다 임원의 법적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 모두 국내 대표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임원이라는 점에서, 핵심 임원의 주식담보를 절처지 제한하고 있는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 기업과 달리, 삼성전자와 SK㈜를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의 경우, 주요 임원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회사 주식의 담보대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별도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담보계약 현황이나 강제매각 가능성 등을 이사회 또는 이사회 내 위원회가 관리하는 절차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임원의 주식담보 관련 규정과 이사회 관리 절차가 있는지 묻는 질의에 “확인 결과 없다”고 밝혔다. SK그룹측 관계자도 “임원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회사 주식은 사유재산이고, 주식담보대출은 개인과 금융기관 간 거래”라며 “이를 별도로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은 없고, 이사회에서도 논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 공개 자료에서도, 주요 임원의 회사 주식 담보대출에 관한 정책은 별도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세계 주요국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이 큰 국내 기업 환경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일가 및 경영진의 일상화된 주식담보 대출을 미국 기업들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우,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를 대부분 주식담보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 총수와 그 일가, 주요 임원의 주식담보 대출을 비롯한 개인 금융거래가 회사와 주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배구조와 관련한 리스크를 줄이고 이를 이사회 등에서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기준과 감독 절차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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