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중간선거 완패, 글로벌 산업지형 바뀌나…“AI 규제강화, 삼성·SK 큰 변수 만났다”

민주당, 집권 공화당 누르고 상·하원 모두 주도권 확보
美 의회 견제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 불가피
AI 규제 강화 움직임…‘AI 최대 수혜’ 한국에 악재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미래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
관세 강도는 비슷 전망…대미 투자 확대 압박은 지속
AI·반도체·관세 연관 깊은 韓…美 정치구도 변화에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국민들의 심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내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집권 기간 미 의회의 거센 견제를 받게 됐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 내 정치 상황이 새 국면을 맞는 가운데,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를 강압적으로 몰아 부치던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인공지능(AI) 시장 위축, 반도체 수요 둔화 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상호관세와 이에 따른 대미 투자 합의 등도 재검토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국내 주요 산업계는 미국의 정책 향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전력에서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우세한 성적을 거두며, 상·하원 모두 과반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며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간 충돌이 불가피해지면서, 기존에 트럼프 행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해온 외교·경제·무역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오늘날 전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류인 AI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던 관세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AI, 반도체, 관세 정책기조는 한국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미국내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가장 먼저 손볼 가능성이 높은 정책 분야는 AI다. 민주당은 AI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 왔다.

민주당 지지층도 AI 규제에 대체로 찬성한다. 지난달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진행한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약 80%는 AI 규제 강화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상·하 양원을 모두 차지한 민주당이 조만간 AI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민주당은 AI 기술에 대해 더 엄격히 규제하고 감독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특히 아리아나 살바토레 모건스탠리 미 공공정책 연구책임자는 “당장 데이터센터를 멈춰 세울 법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2029년까지 AI 관련 규제 법안이 쏟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산업과 큰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반도체는 물론 PC, 스마트폰 등 IT 기기, 가전 제품 등 AI 열풍의 최대 수혜를 누려 온 한국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이 AI 규제를 강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톰 오를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일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한 ‘2026 미국 중간선거 및 거시 전망 웨비나’에서 “기본적으로 AI 혁명과 자본 투자는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민주당이 국가 차원의 AI 관련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 건설 중인 메타 AI 데이터센터 및 슈퍼 클러스터 ‘프로메테우스캠퍼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정책 변화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AI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최우선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수만개의 첨단 칩을 필요로 하는 핵심 설비로, 반도체 산업의 최대 수요처다.

오를릭 수석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AI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 건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 내 건립 예정인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이번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주에 있다”며 “주 정부는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내다 봤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늦춰지면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등 AI 메모리의 미래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는 K-반도체의 수익성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마저 제기됐다. 오를릭 수석은 “만약 미국 증시가 20% 하락하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돼 데이터센터 투자가 1년 간 중단되는 상황이 닥칠 경우, 한국이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국인 만큼 시장이 급격히 조정을 받으면 충격도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질의 응답에 참여한 권효성 블룸버그 박사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어려워지더라도 이미 건설 중인 사업까지 영향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기존 투자는 비교적 견조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HBM4E. <사진=삼성전자>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통상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내걸었던 관세 정책 변화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선 민주당이 미 의회를 장악했음에도 관세 강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를릭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특정 국가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중간선거가 다시 강력한 관세 조치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에 관세를 앞세워 유치했던 대미 투자 규모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권 박사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한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 대한 대미 투자 확대 압박은 계속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미 의회가 한국 등 외국 기업의 기존 대미 투자 합의를 엄격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국내 주요 산업계에 우려스러운 점으로 지목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내준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민주당과 협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것이다”면서도 “민주당도 나와 협력하고 싶어 한다”고 답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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