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보험회계기준(IFRS17)과 이에 따른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K-ICS·킥스) 체제가 보험업계에 자리 잡으면서 보험계리사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이 적극적인 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보험업계의 보험계리사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계리사는 예정기초율 산정, 해약환급금 계산, 책임준비금 평가 등 보험수리와 관련한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다.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부채 평가와 보험계약마진(CSM) 산출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보험사 소속 보험계리사는 총 14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말 1322명보다 152명(11.5%) 증가한 수치다. 보험계리사 수는 2019년 처음 1000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권별로는 손해보험사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생명보험사 소속 보험계리사는 784명에서 808명으로 24명(3.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손해보험사는 538명에서 666명으로 128명(23.8%) 증가했다. 전체 증가 인원의 84%를 손보사가 차지한 셈이다.
개별 회사별로는 삼성화재가 179명으로 가장 많은 보험계리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생명 176명, 현대해상 104명, 한화생명 98명, 교보생명 96명, KB손해보험 86명, 신한라이프 76명, DB손해보험 75명, 메리츠화재 56명, 한화손해보험 48명 순이었다.
1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DB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다. 전년도 공시에서는 보험계리사 수가 0명으로 집계됐던 DB손보는 올해 75명을 등재하며 주요 보유사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손보 역시 같은 기간 0명에서 22명으로 크게 늘었다.
증가 폭 기준으로는 NH농협생명이 20명에서 36명으로 16명(80%) 늘어나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어 KB라이프(24명→34명), 삼성생명(166명→176명), 현대해상(94명→104명)이 각각 10명씩 증가했다. 신한라이프(+9명), 메리츠화재(+7명), 라이나생명(+6명), 한화손해보험(+5명) 등도 계리 인력을 보강했다.
반면 iM라이프는 13명에서 3명으로 줄어 가장 큰 감소 폭(-10명)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DB생명(-8명), 하나손해보험(-6명), 동양생명(-4명), ABL생명(-4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4명), 푸본현대생명(-4명) 등이 감소세를 보였다.
◇ “3000명 필요하지만 절반 수준…실무형 인재 양성 과제”
보험계리사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배경에는 IFRS17 도입이 자리하고 있다. 원칙주의 기반의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부채 평가 과정에서 다양한 가정과 추정이 요구되며, 이를 분석·검증하는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IFRS17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소 3000명 이상의 보험계리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력 규모는 이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순한 인력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FRS17과 킥스 체제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CSM을 산출하는 과정이 한층 정교해지면서 실무 역량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2023년 7월부터 선임 보험계리사의 역할을 기존 ‘보험계리업무 검증·확인’에서 ‘보험계리업무 전반의 관리·총괄’로 확대했다. 아울러 자격요건과 금지행위, 업무 독립성 보장 등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행 보험계리사 시험이 실무와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보험료·재보험 중심 문항 비중이 여전히 높고, IFRS17 관련 문제도 기초 개념을 묻는 수준에 머물러 실제 현업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보험계리사 시험 합격에 평균 약 6~10년이 소요되는데 이는 두 과목에 합격한 후 보험사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나머지 과목을 합격해 최종적으로 보험계리사로서 인정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보험계리사 시험과 실무와의 연계성을 높이고 시험 범위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험계리사 합격자가 현업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보험계리사회 등을 통해 보수 교육을 강화해 보험계리사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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