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부터 영업까지’ 보험사 AI 대전…“설명가능한 AI로 리스크 통제해야”

보험상품 설계부터 심사…영업 코칭까지 생성형 AI 도입 러시
과도한 AI 의존으로 집단소송 잇따라…“위험 통제 역량이 곧 경쟁력”

주요 보험사 AI 활용 및 대표 성과 현황. <표=CEO스코어데일리, AI 활용 작성>

국내에서 영업 중인 보험사들이 전사적인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챗봇이나 사무 자동화를 넘어 언더라이팅(인수심사), 고객 건강관리, 영업 화법 코칭 등 핵심 가치사슬 전반에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가 결합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내 금융산업의 AI 활용 기업 비중은 2024년 기준 63%로, 정보통신·유통·의료 등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AI 의존도가 이처럼 높아짐에 따라 알고리즘 편향성이나 환각, 개인정보 유출 등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를 통제할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력 40% 쑥…LLM 심사·AI 헬스케어 등 전방위 확산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각사의 핵심 영역에 AI를 이식하며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이 최근 공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반 영업 교육 솔루션인 ‘AI STS’를 활용하는 FP(재무설계사)의 인당 건강보험 월 평균 판매실적은 미사용자 대비 4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 시스템은 현재 한화생명 자회사GA FP 등 약 2만8000명이 쓰고 있으며 고객 계약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담 화법을 생성하고, 대화 속도·목소리 톤·발음 정확도까지 분석해 피드백하고 있다. 아울러 AI 번역 기능도 성과를 냈다. 지난해 다국어 AI 번역 어시스턴트 도입 이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외국인 설계사는 2024년 말 대비 16% 증가한 1681명으로 늘었고, 외국인 보험 가입 건수는 2023년 약 2만8000건에서 2025년 7만3000건으로 매년 50%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언더라이팅 혁신도 가시화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LLM(대규모언어모델) 기반 생성형 AI 언더라이팅 시스템인 ‘AI-FIT’을 가동했다. 설계사가 자연어로 고객 치료 이력을 입력하거나 진단서를 첨부하면, AI가 표준질병사인분류코드(KCD)와 청약서 표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즉시 심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기존에는 정확한 진단명을 특정하지 못하면 심사 자체가 막혔지만, AI-FIT 도입으로 이 병목 구간을 해소했다.

생성형 AI가 설계사 역량 강화에 그치지 않고 보상·상품 영역으로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블랙박스 영상 활용 AI 과실판정 시스템’을 지난 6월 개시했다. 고객이 사고 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평균 5초 내 과실 비율을 안내하는 구조로, 2024년 9월부터 20개월간 약 7만건의 사고 데이터를 학습해 정확도를 92.4%까지 끌어올렸다.

상품 혁신도 잇따른다. DB생명은 지난 6월 AI 건강코칭 서비스를 탑재한 ‘AI 라이프케어 보험’ 2종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건강검진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을 슈퍼건강체·건강체·표준체로 분류해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고, 가입 후 매년 건강 등급을 재평가해 추가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AI 융합형 구조다.

조직 문화 차원의 AI 확산도 거세다. 한화손보는 지난 6월 임직원 219명이 참여하는 사내 ‘AI 바이브코딩 경진대회’를 열어 프로그래밍 경험 없이도 생성형 AI로 업무 솔루션을 직접 구현하게 했다. 같은 달 ABL생명도 전체 임원에 이어 팀장·파트장 등 관리자 대상 ‘AI 리더십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AX(인공지능 전환) 문화 정착을 서두르고 있다.

보험사들의 AI 경쟁 열기는 국제 무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6월 열린 ‘제3회 글로벌 보험 컨퍼런스(KIIC 2026)’에 리드스폰서로 참여했다. 27개국 175개사 13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는 AI가 보험산업에 가져올 변화는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미국판 AI 소송’ 반면교사…“편향성·환각 등 소비자 피해 방지책 필요”

이처럼 AI가 보험산업의 새로운 무기로 부상한 만큼, 그에 따른 역기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할루시네이션(환각),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알고리즘 편향성 등의 리스크가 AI 고도화와 함께 현실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도입 속도가 빠른 미국에서는 보험사를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이 이미 현실화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미국 UHC(UnitedHealthcare) 보험사는 도입한 AI 모델이 환자의 필요 치료 기간을 과소평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또 다른 보험사 시그나(Cigna)는 의사의 실질적 검토 없이 자동화된 AI 시스템을 통해 2개월간 30만건 이상의 청구를 평균 1.2초만에 일괄 거절해 논란이 됐다. 레모네이드(Lemonade)사 역시 보험금 청구 영상에서 고객의 명확한 동의 없이 얼굴·음성 등 생체정보를 무단 수집·분석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이는 기술의 고도화만큼이나 이를 통제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향후 AI 활용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수준이 아닌 위험 통제 역량에서 갈릴 것”이라며 “AI 의사결정의 설명 가능성 확보, 인간의 직접적인 관리 감독 개입,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활용 범위의 명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역시 AI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결과 도출의 이유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설명가능한 AI’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고도화돼 초개인화된 위험 평가가 가능해지면 일부 고객이 역차별을 받는 보험 소외계층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며 “보험사는 AI 활용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 등 긍정적 기회 창출에 힘쓰는 동시에, 규제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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