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수렁 속 한국경제](하) 美 자이언트 스텝에 가랑이 찢기는 한국경제, 탈출구는

미국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미간 금리역전
원·달러 환율 1400원대 돌파…수입물가 상승으로 한은 ‘빅스텝’ 전망
무역수지·경상수지 악화로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 커져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침체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불안정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금리역전에 따른 원화가치 약세,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확대된 데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출 둔화 조짐이 지속되고 있어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04.8원(오전 9시34분 기준)을 기록했다.

환율이 요동친 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기인한 결과다. 이날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책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사상 첫 1400원대를 돌파했다.

한·미 금리역전…외국인 투자 자본 유출 가능성 심화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했다. 미국 정책금리 상단이 한국 기준금리인 2.5%보다 0.5~0.75%p 높아지면서 사실상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됐다.

금리역전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외국인 자본 유출 속도가 가팔라질 뿐만 아니라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이미 위기 수준의 대규모 자금유출을 겪는 중이다. 글로벌 3高(고물가·고환율·고금리)현상이 지속되면서 달러부채 부담 증가와 함께 신흥국 통화 약세 여건이 더욱 심화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신흥국에서 외국인 증권자금이 845억5000달러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신흥국 통화 약세가 외국인들의 증권투자 자금에 대한 환손실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다시 자금이 대규모 유출되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환율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위기 양상을 더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상 고환율 상태가 되면 수출기업은 매출과 이익에 유리하지만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함께 나타나고 있어 환율 상승이 오히려 수출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통화긴축으로 인해 주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각각 737억달러, 1076억달러로 전체 수출액(4676억달러)의 40%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6월 수출 증가율이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하락해 지난달까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또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 대외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 글로벌 리스크 취약…신성장 산업 육성·수출 다변화 나서야

이에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등 대외거래 수지 역시 악화하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9월20일까지 무역수지는 누적 292억2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32억70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경상수지는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417억6000만달러의 59.3%에 해당하는 247억8000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도를 떨어뜨려 외국인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004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통계청 월간 자료를 실증 분석한 결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 다음달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이 무역수지 흑자일 때보다 평균 2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대외 수출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부문, 민간이 협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당장 수출가격은 오를 수 있지만 우리 경제가 적자상황인 만큼 수입단가에서 지출되는 외화 폭 증가세가 월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무역수지 적자 기조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특정 국가 무역 의존도를 줄이는 일이 병행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글로벌 리스크가 초래한 3高 수렁 속에 우리경제가 놓인 만큼 산업계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경제외교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당장 외교·무역갈등 수면선상에 놓인 중국과 교류 정상화나 기축통화 국가와 통화스와프 체결은 환율과 물가 안정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이사대우)은 “국내 기업들도 높은 원자재 가격이나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등과 같은 기존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을 지속하는 한편 정부에서도 기업의 위기 극복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며 “신성장 산업과 차세대 수출 유망 산업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확보하는 한편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 제고, 시장 특성별 수출 전략 차별화 등을 통해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예방은 물론 새로운 수출 시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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