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받는 TSMC, 미국 공장 더 짓는다…삼성도 추가 건립 계획 내놓나

TSMC, 미 현지 생산 거점 3곳→6곳 확대 가능성
파격적 보조금 덕분…TSMC 총 116억달러 받기로
삼성은 다음주 발표 예정…보조금 최종 규모 주목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 대만 TSMC가 미국 현지 반도체공장을 기존 3곳에서 6곳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대(對)미국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겠다고 약속한 이후 TSMC가 추가적인 공장 설립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조만간 미 정부가 삼성전자에 대한 반도체 보조금 지원 규모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삼성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TSMC 못지않은 지원금을 받게 될 경우 삼성 역시 추가 생산 시설 증대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2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TSMC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보조금에 힘입어 미 현지 반도체공장을 당초 3곳에서 6곳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TSMC는 미 현지에 400억달러(약 54조9560억원)를 투입해 내년부터 미 애리조나주 첫 번째 반도체공장에서 4나노 반도체를, 2028년 두 번째 공장에서 선단 공정인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미 정부가 파격적인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자 추가 생산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달 8일 미국은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약 9조697억원)와 50억달러(약 6조871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TSMC는 총 116억달러(약 15조9407억원)의 지원금을 확보하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초 TSMC는 50억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미국은 배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파격적인 혜택에 TSMC도 화답했다. TSMC는 대미 투자 규모를 기존 4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약 89조3165억원)로, 1.6배 이상 늘리고, 2030년까지 미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미 상무부 관계자는 “650억달러라는 투자 규모는 대미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고 설명했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세 번째 공장 건립 계획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상황에서 TSMC는 추가적인 생산 시설 확충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TSMC가 현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건 중 하나인 부지 문제를 이미 해소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대만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확보한 공장 건설 부지는 약 1100에이커(약 134만6591평)에 달한다”며 “이는 대만 신주과학단지 면적의 50%가 넘는 규모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미 애리조나주에 사실상 6개의 생산 설비를 구축할 수 있는 부지를 사전에 확보한 가운데 향후 후속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반도체공장 추가 건설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만약 TSMC가 미 현지에서 6곳의 반도체공장을 운영하게 되면 미국 내 파운드리 경쟁력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TSMC를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사업 재도전을 천명한 인텔에 크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 발표에 맞춰 추가 반도체공장 건립 계획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에 대한 지원금 발표는 다음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8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는 다음주에 삼성전자에 대한 최대 70억달러(약 9조6390억원) 수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지원 규모가 확정될 경우, 삼성전자는 대미 반도체 투자액의 40%가 넘는 자금을 보조금으로 받게 된다. 삼성은 2021년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3조4175억원)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삼성에 대한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간 삼성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추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와 논의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 텍사스주 반도체공장 외에도, 향후 20년 간 1920억달러(약 264조4800억원)를 투자해 11곳에 반도체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삼성의 이같은 구상은 실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달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오는 15일 추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해당 계획이 발표되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액은 기존보다 대폭 확대된 440억달러(약 60조6100억원) 이상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현지 생산 거점 추가 확충은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이 장기적 관점에서 260조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반도체공장 신설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여서다.

결국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에 실제 어느 수준의 보조금이 책정될지 업계의 관심이 초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K-반도체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상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2일 워싱턴 D.C.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현재로서 보조금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보조금 지급 규모에 대해 미국 측이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원된다”며 “현재로서는 우리 기업에 대한 불이익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에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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