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창구’ 막혔다…당국 압박에 보험 약관대출 8000억 증발

보험사 약관대출, 지난해 71.1조…취약계층 자금난 우려는 여전
생·손보 모두 감소, 대형사 중심 ‘잔액 축소’…한화생명·손보는 ↑

주요 보험사 보험계약대출 잔액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보험계약대출(이하 약관대출) 잔액이 지난 1년 동안 8000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보험계약을 활용해 해약환급금의 50~95% 범위 내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 20곳과 손해보험사 10곳의 약관대출 총잔액은 2025년 12월 기준 71조1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2월 약관대출 총잔액(71조9481억원) 대비 약 8268억원(1.15%) 감소한 수치다.

업계는 이번 약관대출 잔액 감소를 두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가계대출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권 대출 규제를 피해 2금융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보험권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약관대출은 별도의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자금 융통이 급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해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자금 수요의 우회 경로로 활용돼 왔다.

생보사 약관대출 잔액 53조…NH농협·삼성 중심으로 감소

업권별로 살펴보면 전체 약관대출의 약 74.7%를 차지하는 생명보험사 20곳의 감소세가 총잔액 하락을 견인했다. 이들의 약관대출 잔액은 2025년 12월 53조1253억원으로, 전년 동기(53조6244억원) 대비 4990억원(0.93%) 감소했다.

생보사별로는 NH농협생명의 약관대출 잔액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NH농협생명의 약관대출 잔액은 2024년 12월 3조8222억원에서 2025년 12월 3조3983억원으로 4238억원(11.09%) 감소했다.

이어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같은 기간 16조5096억원에서 16조1880억원으로 3216억원(1.95%) 줄며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KDB생명(-395억원), 흥국생명(-399억원), 동양생명(-204억원) 등 다수의 생보사가 약관대출 잔액을 축소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약관대출 잔액이 오히려 증가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화생명의 2025년 12월 약관대출 잔액은 8조3105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1790억원) 대비 1315억원(1.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라이프도 512억원(3.12%) 늘어난 1조6940억원을 기록했으며, 신한라이프 역시 456억원(0.84%) 증가한 5조4528억원을 기록했다.

손보사 약관대출 잔액 17조…삼성·DB·KB 감소, 한화·하나 증가

손해보험사 10곳 역시 약관대출 규모 축소 흐름에 동참했다. 이들의 약관대출 잔액은 2025년 12월 17조9959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3237억원) 대비 3278억원(1.79%) 감소했다.

이 가운데 대형사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삼성화재의 약관대출 잔액은 2024년 12월 4조4078억원에서 2025년 12월 4조2726억원으로 1351억원(3.07%) 줄며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어 DB손해보험이 658억원(2.01%) 감소한 3조2056억원을 기록했으며, KB손해보험(-468억원), NH농협손해보험(-356억원), 롯데손해보험(-261억원) 등도 잔액이 줄었다.

반면 한화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은 약관대출 잔액이 증가했다. 한화손해보험은 2025년 1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69억원(2.81%) 증가한 1조7170억원을 기록했으며, 하나손해보험도 8억원(5.26%) 증가한 176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국 압박에 한도 축소…연체율 상승 속 ‘딜레마’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 약관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지난 8일부터 약관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해약환급금의 95% 수준에서 85% 수준으로 약 10%포인트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과 현대해상은 약관대출 최대 한도를 95%에서 85%로 축소했으며, KB손해보험은 상품에 따라 10~20%포인트 수준으로 한도를 낮췄다. D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역시 약관대출 한도 축소를 공지했다.

이와 함께 약관대출이 포함된 보험사 가계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4년 12월 0.75%에서 2025년 12월 0.84%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오를수록 대출 건전성은 그만큼 악화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정부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취약차주의 자금난 확대와 보험사의 단기 실적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약관대출 이용이 제한될 경우 취약차주의 생활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이자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기조와 연체율 상승 압박 속에서 보험사들 역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약관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취약계층이 한도 축소로 인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거나 생계형 보험을 해지하는 일이 없도록 정교한 지원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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