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 건설업계, 각종 악재에 ‘휘청’…내년에도 가시밭길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반토막…실적도 ‘뚝’
올해 폐업 신고한 건설사만 500곳 넘어…줄도산 현실화
내년 건설수주, 전년比 1.5% 하락 전망…“부진 불가피”

올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견제가 심화하며 지정학 리스크는 한층 더 심화됐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악재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국내 대표 업종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설비 투자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한국경제가 급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올 한해 각 산업분야를 결산하고, 내년도 주요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주택 경기 침체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및 공사비 인상, 고금리 기조가 지속됐고 여기에 중대재해와 부실시공 논란까지 겹치며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건설사들의 올 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급격히 줄었고, 실적도 악화됐다. 중소 건설사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올해 폐업한 종합 건설사만 500곳을 넘어서며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024년 건설업계 전망도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 건설수주 규모가 올해보다 1.5% 가량 줄어들고, 건설 투자도 2.4% 감소하는 등 건설 경기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사들은 이에 해외 사업에 주력하거나 비주택 부문과 신사업을 늘리는 등 생존을 위한 활로 모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반토막…실적도 ‘뚝’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의 가장 큰 먹거리였던 도시정비사업이 올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에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꺾이며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데다 공사비가 치솟자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선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3.58로 3년 전인 2020년 10월(119.90)보다 28% 증가했다. 건설공사비는 최근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원가 부담이 가중되자 건설사들은 올해부터 수주 사업성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중 수주 공시에 불참한 호반건설을 제외한 9개 건설사의 올해 3분기 도시정비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줄어든 11조7705억원에 그쳤다.

건설사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10조 클럽’을 목전에 뒀던 현대건설을 비롯해 건설사 6곳이 5조원 안팎의 수주액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비사업 입찰을 망설이거나 철회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5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다.

올해 건설사들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건설업계 맏형격인 현대건설이 올해 3분기 유일하게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였고, 대부분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성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7% 증가한 245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반면, GS건설과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1.9%(602억원), 30.9%(804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6.5%(3030억원), 대우건설은 7.4%(1902억원), HDC현대산업개발은 10.8%(620억원) 줄었다.

◇올해 폐업 건설사만 500곳 넘겼다…줄도산 현실화

올해 폐업한 종합 건설사는 500곳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종합 공사업체의 폐업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53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가 약 2주 가량 남아있는 만큼 폐업 건설사 수는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한 해 동안 부도를 낸 건설사만 총 14곳에 달한다. 금융결제원은 이달 1일 경남 창원의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에 대해 당좌거래정지를 공시했다. 올해 기준 남명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은 847억원으로 종합건설 시공 능력 전국 285위, 경남 내 8위 수준이다.

남명건설은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만기 어음 12억4000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명건설은 지난달 28일 창원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남명건설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에 해당하는 중소 건설사들까지 부도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대창기업(109위)·신일건설(113위)·에치엔아이엔씨(133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우석건설(202위)·동원산업건설(388위) 등이 부도를 맞았다.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준공 후 미분양도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299가구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2월 7만5000가구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20년 장기이동평균선인 6만2000가구에 근접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1만가구를 넘어선 상태다. 10월 기준 1만224가구로 전월(9513가구) 대비 7.5%(711가구)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 1만가구를 넘은 것은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내년 건설수주, 전년比 1.5% 하락 전망…“부진 불가피”

내년에도 건설업계 전망은 좋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10개 주요 업종별 단체와 함께 ‘2024년 산업 기상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설업계의 내년 산업 전망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의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수주실적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대한건설협회 역시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건설 금융 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PF 자금 유동성 경색에 따라 공사비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건설산업의 부진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2024년 국내 건설수주 규모가 올해보다 1.5% 줄어든 187조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건설수주는 229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7.3% 감소한 190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건설 투자 역시 올해보다 2.4% 줄어들면서 건설 경기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2024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건설투자 규모는 올해 대비 2.4% 감소한 257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건설투자는 작년보다 2.2% 늘어난 263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당초 올해도 건설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1년까지 착공 물량이 증가했던 데 따른 시차 효과로 마감 공사가 늘어나면서 투자 감소를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건설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정부의 정책 지원과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으로 중소·전문 건설업을 위한 맞춤형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향후 건설경기 둔화는 불가피하고, 2024∼2025년 사이 저점에서 회복세로의 전환을 예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완화, 금융 환경 개선 등 거시경제 환경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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