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식품업계, 고물가 소비위축에 실적 엇갈려…정부 물가 관리에 맘고생

몸집 키운 식품기업 ‘올해 3조 클럽 확대’
이슈 만드는 ‘품귀’…헝거마케팅 또 통했다
물가 단속에 진땀…가격 줄다리기 지속  

올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견제가 심화하며 지정학 리스크는 한층 더 심화됐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악재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국내 대표 업종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설비 투자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한국경제가 급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올 한해 각 산업분야를 결산하고, 내년도 주요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 식품업계는 고물가 기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다만 글로벌 K-푸드 열풍의 영향으로 해외사업이 많은 기업들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매출 기준 국내 상위 5개 식품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2조354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088억원)대비 16.1% 감소했다.

국내 1위 식품 기업인 CJ제일제당을 비롯해 KT&G(케이티앤지), 대상 등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됐고 수익성도 악화됐다.

반면 국내외 사업이 고르게 성장한 롯데웰푸드, 미국시장에서 선전한 풀무원, 올해 사상 첫 수출 1조원을 돌파한 라면업계 대표 기업인 농심·오뚜기·삼양의 실적도 좋았다.

식품 기업들이 수출과 신사업을 확대하면서 몸집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3조1849억원으로 전년대비 12.1% 증가한다. 지난 9월 경영권을 취득한 ‘필리핀펩시’ 실적이 4분기 연결 실적에 반영되는 영향이 크다. 해외 수출을 담당하는 필리핀펩시의 연매출은 지난해 9087억원 규모다.

식자재유통기업 CJ프레시웨이의 연매출도 전년대비 11.8% 늘어난 3조7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외식 물가가 인상에 따른 구내식당 수요가 증가한 덕을 봤다. 회사는 수입 식자재 확보를 통한 공급 메뉴 다양화, 솔루션 사업 강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풀무원도 전년대비 5.9% 오른 3조388억원으로 전망된다. B2B(기업간 거래)사업인 식품서비스 유통사업과 해외사업 확대가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풀무원은 최근 이효리를 자사 식물성 식품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 모델로 기용했다.

이슈 만드는 품귀’…헝거마케팅 또 통했다

올해는 먹태깡, 아사히 슈퍼드라이 등 성인을 타깃으로 한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활약했다. 폭발적인 인기로 한 때 편의점 발주가 중단됐던 먹태깡은 현재도 점포 당 4개로 발주량에 제한이 있어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캔맥주는 생맥주를 표방한 맛과 색다른 음용방법이 화제가 되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다. 5월 출시 후 마트 앞에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캔맥주를 사려는 사람들로 오픈 전부터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먹태깡 흥행으로 농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855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3.9% 증가한 557억원이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아사히 브랜드 매출은 켈리, 클라우드를 앞지르고 카스, 테라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아사히는 지난 10월 국내 소매 시장에서 약 204억48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0.74% 증가한 숫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스레드(THreads)에 게재한 사진 <사진=정용진 부회장 스레드 캡처>

두 히트 제품은 ‘구하기 어렵다’는 입소문에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제품을 조합한 사진을 SNS에 인증하는 것도 유행처럼 번졌다. 소비자들이 희소성에 반응하고 있어 헝거마케팅(Hunger Marketing·희소성 마케팅)의 효과를 입증한 셈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배달의민족은 2024 외식 트렌드로 이같은 ‘이슈푸드’를 꼽았다. 이들이 조사한 11월 고객 설문 데이터에 따르면 SNS나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메뉴를 본 소비자들 중 65%가 ‘기회가 되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또 26.6%는 ‘꼭 먹어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나도 한 번 사볼까하는 마음에 ‘희귀템’, ‘대란템’을 찾아다니고 SNS 구매 인증하는 것이 만족감을 주는 놀이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라며 “발견하고, 맛보고, 인증하고 하나의 놀이처럼 이슈푸드를 즐긴다”고 설명한다.

◇ 물가 단속에 진땀…가격 줄다리기 지속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0월 서울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가공식품 물가 안정화 관련 식품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

연초부터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으로 식품업계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원·부자재, 인건비 증가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하려던 기업들은 잇따라 인상을 철회하는 분위기다.

앞서 7월 정부가 밀 국제 시세 하락을 근거로 인하 압박을 넣자 농심을 시작으로 라면, 제과제빵 기업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하 한 바 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삼양식품, 농심, 하림, 빙그레, CJ프레시웨이 등을 연이어 방문해 제품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제품 가격을 올리려던 오뚜기, 풀무원, 롯데웰푸드, CJ제일제당이 계획을 철회했다.

내년부터 국세청의 주세 감면이 적용되면서 소주의 출고가도 인하된다. 

2024년 1월 1일부터 소주와 함께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는 위스키는 약 11.5%, 리큐르 및 일반 증류주는 9~10% 출고가가 인하된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소주(참이슬, 진로) 출고가는 종전대비 10.6% 인하된다.

다만 소주류 제품 인상을 미뤄온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처음처럼과 새로의 반출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내년도 주세 감면이 적용되면 출고가는 처음처럼 4.5%, 새로 2.7% 인하된다.

같은 가격에 용량을 줄이는 ‘꼼수인상’에도 제동을 걸면서 정부와 기업과의 가격 줄다리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 간 9개 품목에서 37개의 상품 용량이 줄어든 것을 언론 보도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가격 변동없이 용량을 줄이는 경우 표시를 의무화하는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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