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카드업계, 조달 난항·수수료이익 악화 이중고…내년 키워드는 ‘생존’

금융산업④-카드사 순이익, 고금리 장기화에 악영향
조달비용·대손비용 모두 늘어…본업 경쟁력도 악화
상생금융 압박도 가중…내실 경영 속 신사업 필요성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 됐지만, 한국 경제는 또다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이라는 바이러스의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가계·기업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접했다. 전 금융권이 나서 연체·부실채권 대책 마련과 충당금 적립을 독려하면서 성장 동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금융기업이 성장을 위한 날개짓을 멈추지 않은 해로 기록된다. 2023년 한 해 불확실성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수익성 확보에 나선 금융권의 활동상을 되집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카드업계는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 조달비용 증가로 인해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비용 부담도 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여기에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으로 본업 수익성도 크게 훼손됐다.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압박이 거세지고, 내년 업황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한 만큼 생존을 위한 카드업계의 내실 경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데이터·글로벌 등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카드 제외 7개 카드사 순익 뒷걸음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비씨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총 2조7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7% 감소했다.

신한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69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2% 감소했다. 삼성카드와 국민카드의 경우 1년 전보다 5.8%, 22.7% 감소한 4301억원, 2724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중소형 카드사도 실적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4억원, 1181억원으로 각각 23.1%, 34.1% 줄었다. 같은 기간 비씨카드는 696억원으로 48.2% 감소했다.

롯데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익은 36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7% 늘었으나, 이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매각 효과를 제외한 순익은 1년 전보다 37.8% 감소한 1676억원을 기록했다.

8개 전업카드사 중 현대카드 홀로 실적이 개선됐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순익은 2257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회원 수가 크게 늘었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라인업을 바탕으로 고객 충성도까지 확보한 결과다.

◆ 고금리 장기화에 조달상황 악화…연체율 상승 우려도 커져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의 실적 부진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가 있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주로 여신전문금융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올해 들어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조달비용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여전채(AA+ 3년 만기) 금리는 지난 1월 연 4%대에서 3월 3.8%대까지 내렸다가 5월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이후 11월 4%대 후반까지 급격히 치솟은 여전채 금리는 12월 들어 3%대로 다시 낮아졌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실제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연체율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해 1%대 수준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8곳 중 3곳이 2%를 넘어섰다. 금리 인상과 경기불황 등으로 중저신용자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진 탓이다. 카드사들은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잠재부실에 대비해 상당한 규모의 대손비용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주요 수익원이던 카드 수수료이익도 쪼그라들었다.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를 재산정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때문이다. 카드사 총수익 대비 가맹점수수료 비중은 2018년 39.1%에서 2020년 35.2%, 2021년 35.5%, 2022년 31.9%로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29.7%로 30%대 아래를 기록했다.

재산정 기간 등을 다루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TF’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당초 TF는 지난해 말 최종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채권시장 불안정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개선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 내실 경영 속 새 먹거리 확보 경쟁 이어간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내실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부이자 할부와 캐시백 등 고객 혜택을 줄이는 동시에 신규회원 모집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소극적이다. 막강한 혜택으로 무장한 일명 ‘혜자 카드’도 속속 단종되는 추세다.

내년에도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드사들의 내실 경영 기조는 바뀌지 않으리라 전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압박까지 더해지며 실적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본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데이터 사업, 해외 영토 확장 등 카드사들의 새 먹거리 발굴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8개 전업카드사 모두 본인신용정보관리(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획득했고, 이 가운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비씨카드는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카드사들이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한 상품은 지난 1월 약 2000개에서 올해 12월 약 8000개로 6000개 가까이 늘었다.

해외사업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인구가 많고 젊은층 비중이 높아 디지털 결제사업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곳이다. 금융당국 역시 규제 개선, 당국 간 협의 등을 통해 카드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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