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브로커리지 경쟁 넘어 IB 혈전…“핀테크 무장은 필수”

미래에셋, 글로벌 경쟁력 강화...메리츠, IB 특화 증권사 두각</br> 한투, 1호 발행어음사 입지 굳히기...KB, 지주계열 시너지 강화


◇ 새 비즈니스 모델 ‘온라인 증권사’ 출현


증권업계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개인 대상 주식 영업력을 토대로 기업의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구조였다. 주식 인수 업무로 산업계에 대량의 자금도 제공했는데, 이는 당시 한국이 중공업 중심의 대량생산, 대량판매 구조였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주식 거래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만큼 지점을 통한 ‘브로커리지’ 수익은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2000년 1월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지점 없이 온라인에 기반한 ‘온라인 증권사’가 출현하면서 증권업계는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한 수탁거래에 집중했기 때문에 ‘수수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었던 기존 증권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이는 향후 증권사 간 벌어지는 ‘주식 수수료 0원’이라는 출혈 경쟁의 촉매가 되기도 했다.

실제 한국 법인 증권사가 보유한 국내 지점 수(연간 기준)는 2000년에 1310개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1539개가 늘었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18년에는 968개까지 감소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912개로 연간 기준으로는 900개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공모주 청약 모습. 개인투자자들이 한 증권사 앞에서 공모주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금융투자협회)
1990년대 공모주 청약 모습. 개인투자자들이 한 증권사 앞에서 공모주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금융투자협회)

◇ 초대형 IB 증권사 등장, 주력 사업 ‘브로커리지IB’

증권업계는 2010년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 시스템 전환에 따른 ‘글로벌 투자’ 붐이 일었다. 중국 등 신흥국가들이 높은 재정 건전성을 토대로 △경기부양 △제조업 기반 고용창출 △내수시장 성장 등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2016년 8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이듬해 5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초대형 IB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단순 중개업무에 머물러 있는 증권사의 체질을 ‘모험자본공급자’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IB는 미래에셋대우를 비롯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다. 이중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6년 12월 말 옛 대우증권과 통합 출범 후 글로벌과 투자 혁신에 매진해 자기자본 9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투자 분야에서는 스트래터지 호텔 앤 리조트, 네이버파이낸셜,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외 랜드마크 딜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 역시 누적 잔고가 6조7000억 원 규모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2018년 7월 3조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 중인 자산 구성은 IB이 60%로 가장 많았으며, IB 부문 수수료수익은 전기 1412억 원 대비 54.9% 증가한 2187억 원으로 금투업계 선두권이다. 수익 내 비중 약 18.2%다.

이 외에도 자기자본 기준 톱 10에 속하는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진입 또는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IB 업무 확대에 노력 중이다. 기업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상위 10대 증권사가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영업수익 비중은 86.2%에 달해 이들의 수익구조 변화는 곧 업계 전체의 변화를 의미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은 2010년 옛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하면서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약 10년 동안 IB 부문 경쟁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2015년 IM투자증권과 합병 후에는 늘어난 자기자본을 토대로 강점인 부동산금융에 집중함과 동시에 인수금융과 기업 재무구조개선 대출 등과 같은 기업금융의 영향력도 확대시켰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의 기업금융 취급실적은 2014년 6000억 원 수준에서 2016년 2조 원, 2017년 2조3000억 원 수준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거의 인수자금을 국내에서 단독으로 주선했다. 메리츠증권은 KKR이 조달하는 1조 원가량의 금액 중 2500억 원을 맡았다.

대체투자 부문 실적도 메리츠증권의 IB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대형 항공기 딜(deal)을 연이어 성사시켜 항공기 투자 분야의 전문성을 입증했다. 항공기 투자 부문에서 첫 성과는 2016년 11월로, 당시 메리츠증권은 GE계열의 세계 2위 항공기 임대회사인 GECAS와 9억8200만 달러(약 1조1681억 원) 규모의 항공기 딜을 성공시켰다.

2018년 12월에는 세계 6위 항공기 리스사인 DAE캐피탈과 5억4000만 달러(약 6100억 원) 규모 항공기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6억8590만 달러(약 8114억 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와 관련 거래를 마무리했다.


◇ 온라인 증권에서 핀테크 시대로 ‘디지털 경쟁’ 개막

온라인 증권 시대를 시작으로 단순 중개업무에서 모험자본 공급으로 수익구조를 바꾸고 있는 증권사에 남은 마지막 과제는 ‘디지털 금융’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발전은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 서비스를 낳았고, 관련 영역은 개인맞춤형 서비스와 AI 기반 주식 정보 추천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2020년을 맞아 발표한 신년사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새로운 10년을 위한 화두로 제시하기도 했다.

KB증권의 경우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한 비즈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를 올해 목표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KB증권은 디지털혁신본부와 ‘마블 랜드 트라이브(M-able Land Tribe)’의 전략적 연계와 협조를 통해 효율적 업무 추진을 시행할 방침이다. 여기에 비대면 고객 확보 및 아웃도어세일즈(ODS)영업 시스템의 도입을 통한 자산관리 확대에도 힘쓸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규석 기자 / seo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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