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대표이사 사임 1주일만에 최대주주 등극 논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지난달 30일 그룹 지주사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승계구도의 무게 추가 조현범 사장으로 쏠렸다.

급작스러운 소식이었던 데다 장남이 아닌 차남의 그룹 승계 구도이기 때문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한 추측도 제기됐다.

그룹 측에서는 최대주주의 변경은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형제경영 체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과는 별개로 조 사장의 대표이사 사임은 결국 '눈가리고 아웅' 식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사장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 원 부과를 선고받은 후, 도덕적 책임을 지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지 일주일여만에 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대표이사에서만 물러났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과 등기이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COO)직은 유지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간의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조현범 사장은 기존 지분 19.31%에 조양래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가 더해져 총 42.9%로 단숨에 최대주주로 뛰어올랐다.

2018년 두 형제가 본격 경영일선에 나서고 난 뒤 2년여 만에 차남 승계 구도가 확정된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단순 최대주주의 변경일 뿐, 형제경영의 체제는 바뀌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계는 시기적으로 조 사장이 지난 23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사임한 뒤 일주일여 만에 이뤄진 최대주주 변경 소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이사의 도덕적 문제, 항소심에 집중 등의 이유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자칫 흔들릴 수 있는 그룹 영향력을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다잡았다는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현식 부회장이 직책도 높고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반면 조 사장은 캐시카우이자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 사장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장(COO)도 맡고 있어 경영 영향력은 오히려 조 사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조 사장의 대표이사 사임에 대해 "일신 상의 사유"라고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항소심 준비, 기업가치 훼손에 따른 징계 차원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6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정행위 관련 인사 플랜(Plan) 검토'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급작스러운 소식이지만 총수일가로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라며 "조현범 사장으로의 승계가 예정돼 있었다면 이번 최대주주 변경은 흔들릴 수 있는 조현범 사장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고 검찰 측은 가벼운 처벌이라며 항소, 7월 2심 재판이 열리게 된다.

조 사장은 최대한 양형을 줄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5억 원 이상의 횡령 및 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취업이 제한된다.

한편 조 사장은 주식담보 제공 등을 통해 지분 매수 대금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사장은 6월26일 NH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부터 총 1200억 원의 금전을 대출받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1682만6924주(18.09%)를 담보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계약상대방인 KB증권으로부터 총 200억 원의 금전을 대출받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 137만7411주(1.11%)를 담보로 제공했다.

조 사장은 6월26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통주 2194만2693주(23.59%)를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매수했으며, 6월30일 매매주문이 결제됐다. 조 사장은 동일 NH투자증권으로부터 800억 원의 금전을 추가 대출받기 위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1293만4982주(13.9%)를 추가로 담보 제공했다. 6월26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가(종가 기준)는 1만1150원이며, 매수한 23.59%(2194만2693주)의 가격은 약 2446억 원에 달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성희 기자 / lsh84@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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