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면서 한국 경제에 이바지한 경제기여액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제기여액은 약 158조원으로 국내 100대 기업 중 명실상부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의 경제기여액 증가액은 10조원을 훌쩍 넘기며 증가 규모 상위 2위에 랭크됐다.
2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매출 상위 100곳을 대상으로(공기업·금융사 제외) 경제기여액을 산출한 결과,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제기여액은 157조5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47조1710억원 대비 7.0%(10조3666억원) 늘어난 수치다.
경제기여액은 기업이 경영활동으로 창출한 경제적 가치의 총액으로, 협력사(거래 대금)·임직원(급여 등)·정부(세금 등)·주주(배당 등)·채권자(이자 등)·사회(기부금) 등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이 지급한 비용을 합산한 것이다.
이해관계자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경제기여액은 임직원, 정부, 주주 등 부문에서 증가한 반면, 협력사, 채권자, 사회 등 부문에선 감소했다.
지난해 임직원 부문 경제기여액은 2023년 대비 8.5% 늘어난 41조2723억원, 정부 부문은 플러스(+)로 전환해 3조784억원, 주주 부문은 0.1% 증가한 9조8108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정부 부문의 경우, 지난 2023년 마이너스(-)에서 1년 만에 플러스로 바뀌었다. 앞서 2023년 삼성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법인세를 환급 받은 바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3년 손익계산서 상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11조63억원으로, 가중평균 적용세율에 따라 산출된 법인세는 1조9012억원이었다. 그러나 이연법인세 변동 등으로 -6조3820억원의 조정사항이 생기면서 삼성전자는 4조4808억원의 법인세를 돌려 받았다.
반대로 협력사 부문 경제기여액은 2023년 대비 0.4% 줄어든 102조2560억원, 채권자 부문은 2.8% 감소한 9039억원, 사회 부문은 11.2% 축소된 2162억원 등이었다.
이 가운데 비록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협력사 부문의 비중이 삼성전자 전체 경제기여액 중 가장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해당 비중은 무려 64.9%에 달한다.
전체 경제기여액의 3분의 2가 협력사 부문에 집중된 것은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05년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사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기업들의 거래 대금 지급 문화 개선에 앞장서 왔다. 또 2010년부터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기술 개발·설비 투자 자금 등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및 최저 임금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했고, 반도체 우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6700억원의 인센티브도 지급했다.
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부터 국내 대학·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소개하는 기술 설명회를 개최 중인 데 이어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미거래 중소기업 까지 개방해 2100여 건을 무상 양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삼성은 지난해 10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하는 ‘2023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1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1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HBM 훈풍을 타고 고속 성장 중인 SK하이닉스도 실적 개선과 함께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경제기여액은 33조6152억원으로, 2023년 22조9556억원 대비 무려 46.4% 급증했다.
특히 경제기여액 증가 규모는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SK하이닉스의 경제기여액 증가액은 10조6596억원으로, 기아(12조7023억원) 다음으로 높았다.
이해관계자별로는 채권자 부문만 8.4% 줄었고, 나머지 부문은 모두 늘었다.
지난해 협력사 부문은 2023년 대비 3.7% 증가한 18조3627억원, 임직원 부문은 51.9% 확대된 8조2158억원, 정부 부문은 플러스 전환한 4조884억원, 주주 부문은 84.1% 급증한 1조5201억원, 사회 부문은 27.2% 늘어난 830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잔치로 임직원 부문 경제기여액이 크게 증가했다. 올 1월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에게 ‘초과이익 분배금(PS)’ 1000%와 특별 성과급 500% 등 총 1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PS는 ‘생산성 격려금(PI)’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연간 실적에 따라 매년 1회 연봉의 최대 50%(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는 성과급도 전례 없이 파격적인 수준으로 책정했다.
또한 배당 확대로 주주들에 대한 경제기여액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3년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8257억원을 현금 배당했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지난해엔 1조5000억원 넘게 현금 배당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자본 시장에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운동이 본격화한 것도 SK의 배당금 총액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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