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6주기’, 이재용 ‘신경영 선언’ 촉각…“AI 반도체 리더십 이어간다”

고 이건희 회장 6주기 추도식, 23일 수원 선영서 열려
‘UAE 출장’ 이재용, 귀국하자마자 곧장 추도식 참석
삼성 오너 일가·현직 사장단 등 선영 찾아 고인 기려
이건희 도전·유산애 관심↑…“삼성 반도체 신화 주도”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 신경영 선언, 파격 혁신 주문
이재용, 사장단과 함께 오찬…‘뉴 삼성’ 비전 논의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삼성 회장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 6주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삼성 오너 일가와 주요 경영진들이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추도식을 계기로 고 이건희 회장의 도전과 유산을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무려 50여 년 전 반도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든 고 이건희 회장의 용단 덕분에 가능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씨를 뿌린 이후, 삼성은 이제 큰 결실을 거두고 있다. 다만 최근 주가가 부진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 6주기를 맞아 조만간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할 메시지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의 6주기 추도식은 23일 경기 수원시 이목동에 위치한 선영에서 열렸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선영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이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곧장 수원 선영으로 향했다. 오전 8시 40분께 도착한 이 회장은 고인의 묘소 앞에서 두 차례 절을 올리고, 추모했다. 이어 오전 9시 38분께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사장을 비롯해 삼성 현직 사장단 50여 명이 선영에 모였다. 이들 사장단은 30분가량 머물며 고인을 기렸다.

삼성 오너 일가도 차례로 선영을 찾았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은 오전 11시 3분께 선영에 들어섰다. 두 사람은 15여 분 동안 고인을 추도했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도 이날 오후 고 이건희 회장을 추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오른쪽)과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이 23일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삼성 회장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일가와 사장단이 총출동한 이번 추도식을 계기로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드높인 고인의 도전과 유산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자금난에 빠진 한국 반도체에 개인 재산을 투자하며, K-반도체의 미래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물론 삼성 내부에서도 사업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보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한 삼성은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던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건설했다. 같은해엔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선진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1984년 경쟁사들이 4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사이, 삼성은 6인치 웨이퍼로 파격 전환했다. 1987년 일본 업체들이 반도체 불황으로 투자를 축소할 때도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초강수를 뒀다.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한 삼성은 마침내 1993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메모리 사업에 첫 발을 내디딘 지 약 20년 만에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 방식은 기술·원가·생산 능력에서 후발 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의 근간이 됐다.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의 위상은 가히 독보적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9.4%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의 경우 29.3%에 이른다. 삼성은 두 시장 모두에서 세계 1위를 수성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회장은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재를 꼽았다. 자본과 천연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1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인재론을 바탕으로 국적과 출신에 관계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건희식(式) 인재 경영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더라도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발표하고, 양적 성장에 집중하던 경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발언으로 상징되는 신경영 선언은 제품의 품질 뿐만 아니라 사람·조직·제도·기업 문화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는 것이 골자다.

신경영 선언의 원칙은 근무제도와 생산 현장에 즉시 적용됐다. 먼저 삼성은 1993년 7월부터 오전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7·4제’를 도입했다.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퇴근 후 어학과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도록 해 임직원들의 역량을 높인다는 취지다.

생산 현장에는 불량이 발생하면 원인을 해결할 때까지 생산라인을 멈추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199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실시한 불량 제품 화형식은 품질 경영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뽑힌다. 품질 기준에 미달한 휴대전화 등 약 500억원 규모의 제품을 폐기하며, 불량 제품은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는 원칙을 조직 전체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 제품 생산에 이르는 경영 전반의 기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됐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고 이건희 회장의 용단은 삼성을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올려 놨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2.5% 증가한 수치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익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고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이 회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추도식 직후, 이 회장과 사장단은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사장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시키기 위한 ‘뉴 삼성’ 비전을 논의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 회장은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뉴 삼성’을 구체화할 비전을 거의 완성한 단계에서, 세부 사항을 손보는 과정이 길어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