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과 AI 중심의 체질 개선으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와 노동조합의 반발, 창업자 김범수 사법리스크, 불투명한 미래 성장동력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카카오의 사업구조 개편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짚어보고, 경영 쇄신과 재도약 가능성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카카오가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소액주주와 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딪혀 시작부터 큰 진통을 겪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그동안 양적팽창에 몰두해 온 경영기조를 전면 개편, 인적분할과 구조개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주주들이 인적 분할 이후 주주 및 기업가치 훼손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고, 노조 역시 고용 불안과 일방적인 의사결정 문제를 제기하며 분할 저지에 나선 상태다. 경영 쇄신을 위한 첫걸음부터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인적분할 기조가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 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하고,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월 21일 이사회에서 인적분할을 결의한 이후 약 두 달간 주주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분할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둘러싼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이유는 복잡한 사업구조를 재편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각 사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다. 카카오톡과 AI·광고·커머스 사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를 관리하는 현 체제에서는 각 사업에 필요한 투자와 경영 전략을 빠르게 실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카카오는 우선, 기존 회사를 존속법인인 ‘카카오X’와 신설법인인 ‘카카오AI’로 나누기로 했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며,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가 이끈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를 맡는다. 대표에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내정됐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AI 약 36.49%, 카카오X 약 63.51%다. 인적분할 방식인 만큼 기존 주주들은 보유 지분에 비례해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배정 받는다. 카카오는 내년 1월 27일 카카오AI의 재상장과 카카오X의 변경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종환 카카오 CFO,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 전현수 카카오 비즈니스 성과리더(왼쪽부터)가 지난 20일 제2차 ‘인적분할 소액주주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문제는 주주들이 인적분할의 실익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주식을 나눠 받더라도 분할 이후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X가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투자회사로 재편되면서 순자산가치 대비 시장에서 저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는 소액주주 설득을 위해 지금까지 두 차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1차 온라인 간담회에서는 분할 배경과 기대효과를 설명했지만, 사전에 정리된 질문 위주로 진행되면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답변한 16개 질문 중 14개가 사전 준비된 질문이었고, 실시간 주주 질문은 2건에 그쳤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2차 간담회를 열고 주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김도영 대표 내정자와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90분간 20건 안팎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주주들은 인적분할의 필요성을 재차 따져 물으며 카카오X의 저평가 가능성, 분할 이후 주가 하락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김범수 창업자의 지분 대량매매(블록딜) 가능성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주요 계열사 매각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카카오 측은 블록딜과 유상증자 추진설을 부인하고, 분할 이후 각 사업의 실적과 성장 전략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겠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책으로는 카카오X의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재확인했다. 카카오AI 역시 별도 조정 주주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주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환원책을 넘어 분할을 통해 기업가치가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경영진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분할반대 피케팅을 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노조>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지난 8월 인적분할 발표 직후부터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같은 달 26일 판교역 광장에서 공동교섭 선포식을 열고 분할 저지를 공식화했으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을 설득해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을 부결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9월에는 인적분할에 앞서 추진되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의 소규모합병에 반대하는 주주행동을 독려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지난 13일에는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 성장 전략을 발표한 애널리스트 간담회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회사가 투자자들에게는 성장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정작 구성원들에게는 분할 이후 지배구조와 사업재편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특히 우려하는 점은 분할 이후 추가적인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 가능성이다.
회사가 법인별로 분리되더라도 고용과 근로조건, 기존 노사합의에 대한 책임까지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노조는 모든 구성원의 고용·근로조건 승계에 대한 서면 확약과 함께 그룹 차원의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도 구성원 달래기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정신아 대표 등이 참석한 사내 소통 행사 ‘오픈톡’을 열고 전 직원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포괄승계 하겠다고 밝혔다. 휴가와 근무제도, 사내 복지 등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법인 출범 전까지 매달 오픈톡을 개최하고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기존 근로조건 유지 약속만으로는 향후 사업재편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소액주주 간담회 현장에서도 피켓 시위를 이어가며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카카오는 인적분할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노조는 분할 이후에도 모든 구성원의 고용과 노동조건, 단체협약과 기존 노사합의가 온전히 지켜지는지 끝까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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