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부터 HBM까지 다 오른다”…‘AI 거품론’ 우려 속, 메모리 반도체 가격 ‘껑충’

올 4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 10~15% 상승 전망
낸드는 15~20%↑…메모리 전반 걸친 공급 부족 탓
HBM은 더 올라…내년 HBM ASP, 올해 대비 121%↑
HBM4 비중 증가·HBM4E 생산량 증대 등 긍정 영향
‘메모리 투톱’ 삼성·SK, 가격 상승 최대 수혜주 등극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압도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수급 대란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같은 공급 부족은 메모리 칩 가격을 더욱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당장 올해 4분기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다. 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가격은 내년에 올해 대비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란 낙관론도 나왔다.

범용 D램, 낸드에 이어 HBM까지 메모리 제품 대부분의 가격이 나날이 치솟는다는 전망에,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반도체가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올 4분기에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이 직전 분기인 3분기 대비 10~1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의 경우 15~20% 급등할 것으로 내다 봤다.

트렌드포스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며 “이에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첨단 칩 생산 능력을 고성능 서버용 제품에 우선 할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D램, 낸드 등의 공급량은 축소되고 있다”며 “이러한 연쇄 반응으로 메모리 전반에 걸쳐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메모리 제품 대부분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역전 현상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범용 D램 및 낸드 가격 상승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다. 삼성·SK의 시장 지배력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39%를 기록했다. 이에 삼성은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SK하이닉스는 26%로 2위에 올랐다.

삼성·SK의 D램 시장 점유율 합산은 65%로, 전 세계 D램 3개 중 2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셈이다.

낸드 시장도 마찬가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8%로 1위, SK하이닉스는 19%로, 2위였다.

이렇듯 시장 지배적인 입지를 구축한 삼성·SK는 메모리 가격 오름세의 최대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HBM4E 12단. <사진=삼성전자>

비단 범용 D램과 낸드뿐만 아니다. AI 메모리인 HBM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의 제품별 판매 비중을 반영한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 대비 121% 급등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트렌드포스는 “지속적인 공급 제약, 6세대 HBM인 ‘HBM4’ 판매 비중 확대, 내년 하반기 7세대 ‘HBM4E’의 점진적인 생산량 증대 등을 반영해 내년도 HBM 가격 전망치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인프라 수요 확대 추세 속에서, 차세대 AI 메모리 수율을 끌어올리고 생산량을 확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내년까지 메모리 공급은 부족할 것”이라며 “HBM 가격 상승 또한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HBM 가격의 폭발적인 증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고공행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0%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33%로, 2위에 랭크됐다. SK·삼성의 시장 점유율 합산은 83%로, 사실상 전 세계 HBM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결국 HBM 가격이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수혜를 독식하는 구조인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글로벌 HBM 시장에서 차세대 AI 메모리 칩인 HBM4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도 삼성·SK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양사 모두 주력 HBM뿐만 아니라 차세대 HBM인 HBM4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를 양산 출하하며 글로벌 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한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HBM4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삼성전자를 단숨에 HBM 톱티어로 발돋움시켰다.

삼성의 HBM4는 이미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상태다. 지난 6월 방한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행사에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전격 회동했다.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전 부회장은 “황 CEO와 오랫동안 같이 협력해 왔는데, 오늘 가장 좋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올해부터 (엔비디아에) 6세대 HBM4 등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HBM4E 12단.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4E 12단.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적기에 제공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최근엔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HBM4를 고객사에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의 HBM4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분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생산량을 본격 확대키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에 올 2분기 양산 공급을 시작했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HBM4) 양산 수율과 품질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5세대 HBM3E와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HBM 양산이 본격화하는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SK는 7세대 HBM4E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의 7세대 HBM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SK하이닉스도 올 상반기 차세대 AI용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했다.

시장에서는 삼성·SK가 내년 하반기께 이들 차세대 HBM을 본격 생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범용 D램 및 낸드부터 HBM까지 메모리 전 제품의 가격이 당분간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해 온 AI 거품론은 급격히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AI 거품론은 주요 빅테크의 과잉 투자 논란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빅테크는 AI 생태계 확장에 앞다퉈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 AI가 실상은 수익성을 제고해주지 못한다는 ‘무용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AI 거품론이 확산되던 와중에 메모리 가격이 연일 상승하면서, 시장에 확산됐던 무용론은 빠르게 불식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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