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공급난에 정제마진 급등…정유업계 수익성 개선 기대 속 ‘수출 변수’

복합 정제마진 한달 새 26.4달러→37.1달러 ‘40.5% 상승’
중동·러시아발 공급 차질에 경유 수급 불안 장기화 전망
수출 제한 조치에 추가 판매 제약 우려…정부 “초과 물량 예외 허용”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석유 제품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국제 정제마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경유를 중심으로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의 석유 제품 수출 제한 조치가 유지되면서 해외 판매 물량 확대를 통한 추가 수익 확보에는 제약이 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9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주간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37.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둘째 주 배럴당 26.4달러와 비교하면 약 한달 만에 40.5% 상승한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 제품의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정제마진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글로벌 석유 제품 공급 부족이 꼽힌다. 중동 전쟁으로 현지 정제 시설 가동과 석유 제품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 데다,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공격까지 겹치면서 경유 등 주요 석유 제품의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중국이 연휴 기간 홍콩·마카오를 제외한 지역으로의 석유 제품 수출을 중단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특히 경유를 중심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4일 발표한 10월 석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9월 글로벌 경유·가스오일 수출량은 하루 평균 약 470만 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70만 배럴 감소했다. 중동과 러시아의 경유 순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하루 약 13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글로벌 경유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진=에쓰오일>

국제 정제마진 상승은 석유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 제품 수출량은 4억8535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유는 약 42%를 차지했으며, 수출량은 2억237만 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의 석유 제품 수출 제한 조치는 수익성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3월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정유사들의 휘발유·경유·등유 수출 물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 이내로 제한했다.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이 국내 공급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정유사들이 내수 물량을 수출로 돌리는 것을 방지하고, 국내 석유 제품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석유 제품 공급 부족으로 해외 구매 수요와 국제 판매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수출 물량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이 높게 유지되더라도 추가 수출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한 조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수출 여건이 개선된 상황에서도 물량을 유동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급 가격을 제한하는 최고가격제와 원유 도입 비용, 해상 운임 등도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석유 제품 가격 상승분을 국내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 조달과 운송에 드는 비용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경유 수급 안정을 우선시하면서도 업계와 협의를 통해 수출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산업부)는 지난 16일 설명자료를 내고,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도입 불확실성과 국내외 석유 제품 가격 차이로 인한 내수 공급 차질 우려 등을 고려해 수출 관리 및 국내 의무 공급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출 물량을 원칙적으로 전년 동월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 업계와 협의해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도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현행 조치는 평상시 수준의 수출을 허용하면서도 국내 필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업계와 소통하며 합리적인 수출 물량 관리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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