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잠자는 보험’ 5.5조 늘었다…ABL생명 두 배 육박

생보사 효력상실해약계약 105조 육박…22곳 중 14곳이 증가
라이나·AIA 등 외국계는 감소…은행 가계 부실채권도 함께 늘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들의 효력상실해약계약 규모가 1년 새 5조5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던 ‘잠자는 보험’이 다시 불어난 것이다.

효력상실해약계약은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이 정지되거나 중도 해지된 계약을 의미한다. 이는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하에서 보험사 미래 수익 지표를 나타내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리스크 요인이다.

18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22개 생보사의 효력상실해약계약 잔액은 올해 2분기 누계 기준 104조651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누계 99조1173억원 대비 5조5342억원(5.58%) 증가한 수치다. 22곳 중 14곳에서 잔액이 늘었고 8곳에서 줄었다.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은 ABL생명이다. ABL생명의 효력상실해약계약 잔액은 지난해 2분기 1조9422억원에서 올해 2분기 3조7421억원으로 1조7999억원(92.7%) 늘며 두 배에 육박했다. 증가율과 증가액 모두 업계 1위다.

대형사에서는 명암이 갈렸다. 교보생명이 12조6776억원에서 14조3288억원으로 1조6512억원(13.0%) 늘었고, 삼성생명도 21조911억원에서 22조3971억원으로 1조3060억원(6.2%) 증가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11조6328억원에서 11조1540억원으로 4788억원(4.1%) 줄이며 빅3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중형사 가운데서는 메트라이프 9688억원(31.2%), IBK연금보험 6086억원(80.3%), 푸본현대생명 5676억원(30.2%), 미래에셋생명 5506억원(14.7%)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특히 지난해 20%대 감소율을 기록하며 개선세를 보였던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2758억원·11.1%)이 나란히 증가로 돌아섰다.

잔액을 줄인 생보사들도 있다. 감소 폭 상위 두 곳은 모두 외국계였다. 라이나생명이 7조3402억원에서 6조3666억원으로 9736억원(13.3%) 감소해 업계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AIA생명도 6조9940억원에서 6조4514억원으로 5426억원(7.8%) 줄었다. 이 밖에 신한라이프생명(4983억원·6.0%), 동양생명(2162억원·6.4%)도 감소했다.

절대 규모로는 삼성생명이 22조397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보생명 14조3288억원, 한화생명 11조1540억원 순이었다. 이들 빅3의 합계는 47조8799억원으로 업계 전체의 45.8%를 차지했다.

◇두 차례 금리 인상에 가계 부실까지…멈춰 선 보험료 수입

업계는 잔액 증가의 배경으로 금리와 경기 여건 변화를 함께 지목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업률 상승으로 긴급자금 수요가 커질 때 △시장이자율이 올라 다른 금융자산 투자가 유리해질 때 △물가 상승으로 보험금의 실질가치가 하락할 때 각각 보험계약해약률이 오른다.

보험연구원은 “해약률 예측에 실업률과 시장이자율, 소비자물가 등의 정보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경제변수를 반영한 해약률 정보가 상품포트폴리오와 마케팅, 고객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연 3.00%까지 끌어올린 점을 감안하면, 해약 유인이 커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가계의 상환 여력이 실제로 나빠지고 있다는 지표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63%로 지난해 6월 말 0.59%보다 0.04%포인트, 3월 말 0.60%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부실채권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석 달 새 1조2000억원 늘었고, 이 가운데 가계여신이 3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올해 2분기 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7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5조5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지난해 2분기 6조4000억원보다 8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여신에서만 1조4000억원의 신규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대출 상환이 막히는 가계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보험료 납입이 먼저 멈추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탈이 보장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이 2023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잔여 납입기간이 긴 ‘납입부담’ 유형의 계약을 해지한 소비자의 연체보유 비율은 8.0%로 전체 납입부담 계약 보유자(3.0%)의 두 배를 웃돌았다. 연체 등 경제적 어려움이 해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특히 이들 가운데 97.6%가 보장성보험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납입부담 계약을 해지하는 소비자는 연체보유자 비율이 높고 보장성보험의 해지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보험계약 해지로 인한 보장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효력상실해약계약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료 납입을 멈춘 계약자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은행권 가계 부실이 함께 늘어나는 상황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며 “부활 안내와 납입유예 같은 유지 지원 못지않게, 어떤 계약이 어떤 이유로 멈춰 섰는지를 유형별로 들여다보는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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