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스로 판단하는 AI 온다…기회와 위협 기로에 선 보험산업”

학습 넘어 추론하는 에이전틱 AI…“보험계리·코딩 대체 수준 도달”
임성빈 교수 “단일 LLM 한계 극복 위해 ‘다중 에이전트’ 조율 필수”

임성빈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보험산업의 AI 활용에 따른 기회와 위협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데이터 패턴 인식과 학습을 넘어 스스로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행동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금융권 가운데서도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보험산업은 AI 진화 앞에서 500억~7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기회와 딥페이크·도덕적 해이라는 치명적 위협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임성빈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보험산업의 AI 활용에 따른 기회와 위협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향후 보험산업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에이전틱 AI’를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기계학습의 골자가 정해진 문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해 해답을 도출하는 것이라면, 기계 추론의 핵심은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

에이전틱 AI는 이러한 기계 추론을 기반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자율성, 다단계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적응성, 다른 AI 에이전트 및 데이터베이스와 상호작용하는 협업 능력을 갖춘 진화된 형태의 AI다.

임 교수는 “이미 제미나이와 알파폴드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는 수학 올림피아드나 신물질 발견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며 “이 같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법률·의료·서비스업을 넘어 보험산업에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에는 한 번 구동하는 데 12시간씩 걸리는 낡은 시스템이 많은데, 에이전틱 AI를 활용하면 개발자 없이도 최신 언어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자료를 인용하며 “AI가 보험산업 내 마케팅·영업·고객 운영 영역을 중심으로 최대 7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기존 보험계리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보험금 청구 기록 처리, 사망률표 업데이트, 손해율 산정 등의 업무를 에이전틱 AI가 실시간으로 수행하고 리스크 시나리오까지 시뮬레이션하면서 보험산업 패러다임이 사후 보상 중심에서 사전 예방 및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임 교수는 “이 같은 기회 이면에는 치명적인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며 “AI와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위협이 급증하고 있고, 기업의 48%가 AI 생성 허위 정보로 인한 평판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 해커가 아니더라도 에이전틱 AI 활용법만 알면 누구나 공격 수단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알고리즘 편향성과 자동화된 의사결정 과정의 책임 소재 불분명, 이를 악용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보험사의 근간을 흔들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이에 대한 기술적 해법으로 ‘다중 AI 에이전트 조율(Orchestrating AI Agents)’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양을 지킬 때 늑대가 나타나면 양치기개를 활용하듯, 공격하는 AI 에이전트가 있다면 이를 방어하는 AI 에이전트도 준비해야 한다”고 비유했다.

아울러 기존 단일 대형언어모델(Single LLM)의 한계로 지적되는 환각 현상을 언급하며 “하나의 모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에이전트를 조율해 서로 오류를 잡아주고 보완하는 협업 구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이전틱 AI를 제대로 활용할 준비를 하지 못하면 보험업계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치명적인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교수의 주제 발표 이후에는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서동훈 AIA생명 본부장(CTO), 양경희 보험개발원 실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들은 AI 도입 수준에 따라 보험사 간 경쟁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며,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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