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L그룹 지주사인 DL㈜이 지난 2024년 순이익의 40%를 배당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실상 공수표로 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40% 배당을 약속했던 2024년도부터 기준에 미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했고, 지난해에는 19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하고도 아예 배당금을 한푼도 책정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이익잉여금이 6조원대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당초 약속한 배당정책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신뢰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4년, 순익의 40% 배당 선언…실제 배당액 11%→0% ‘곤두박질’
DL은 지난 2024년에 3개년(2024~26년) 동안의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배당정책의 핵심은 매년 별도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손익 제외)의 40% 수준을 현금 배당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2024년은 해당 배당정책에 의해 산출된 배당금이 주당 1000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 주당 1000원을 지급하겠다”면서 하방 보호 조항까지 명시했다.
이처럼 DL이 순이익의 40%대를 배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배당성향은 당초 회사가 제시한 기준에 크게 못미쳤다. 2023년 DL의 별도 당기순이익은 821억원, 주당배당금은 1000원, 배당성향은 27.7% 수준이었지만, 실제 배당정책이 적용된 첫해인 2024년에는 DL의 당기순이익이 1993억원, 배당총액 227억원으로 배당성향은 11%대로 오히려 후퇴했다. 실제 DL의 2024년 별도 당기순이익은 1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반대로 배당성향은 11.4%에 머물렀다. 다만, 주당배당금은 전년과 같은 1000원으로 유지됐다.
2025년에는 오히려 무배당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DL은 2025년에 이전년도와 유사한 19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아예 배당은 한푼도 없었다. 이에 따라, DL의 최근 3년간 배당성향은 2023년 27.7%에서 2024년 11.4%, 2025년 0%로 오히려 최악으로 치달았다.
◆업황 불황, 유동성 확보 차원 배당 중단…이익잉여금 6조원대
DL측은 주력인 화학 업황 악화로 배당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DL측 관계자는 특히 2025년에 예년과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전면 중단한 것과 관련 “화학산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NCC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여천NCC 추가 지원, 미래성장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재원, 연결기준 높은 차입금 수준 등을 감안해 무배당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지분을 출자한 합작사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와 실적 부진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했다. DL케미칼은 지난해 여천NCC에 1500억원의 자금 대여를 결정했으며, DL은 DL케미칼에 1778억원의 증자를 단행했다.
DL측은 여천NCC 구조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자금지원 부담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느라,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DL 관계자는 “현재 NCC 구조재편 과정에서 정부와 은행의 여신 지원이 예상되지만 여천NCC가 보유한 시장성 차입인 회사채 잔액에 대해서는 주주사들이 차환이나 상환을 지원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관련 자금은 이미 확보해 계획이 수립된 상황이지만, 업황이나 금융 시장 등의 예기치 못한 급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무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DL이 6조원대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무배당 결정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 등으로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둔 자본으로, 배당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회계상 재원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기준 DL의 별도 기준 이익잉여금은 6조264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전년도 5조8586억원 대비 1678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익잉여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정적립금인 이익준비금은 1030억원이다. 회사는 매 결산기마다 금전 배당액의 10% 이상을 이익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으며, 해당 이익준비금은 현금배당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고 자본전입이나 결손보전에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3조1131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6878억원은 과거 자산재평가법에 따른 재평가차익으로 배당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배당가능한 이익잉여금은 5조2000억원대로, DL이 결손 누적이나 법정 준비금 부족 등으로 배당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DL은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상 15개 핵심지표 가운데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한다’는 항목과 관련해 2년 연속 ‘준수’로 표시했다. 배당정책을 알렸다는 형식적 요건에만 치우치고, 정작 약속한 배당정책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40% 배당’ 공수표, 주주들 신뢰 추락…“새 배당정책 내놓겠다”
DL측은 결과적으로 40% 배당 약속이 사실상 공수표가 된 상황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DL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주요 과제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배당정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당정책의 핵심은 주주들에 배당 규모와 방향성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DL은 2024년 제시한 40% 배당약속을 단 한 차례도 충족하지 못했다. 주주들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당장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배당정책이 절실해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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