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방산 4강…LIG는 입찰제한, 현대로템은 지상무기 통합

LIG 입찰제한 확정되면 한화에어로에 기회될 수도
한화에어로 대전 폭발사고에 따른 제약 여부가 변수
현대로템, 위아 방산 인수로 지상무기 일원화 구축
한화, KAI 경영참여 시사…지분 15.89% 2대주주

국내 방위산업의 4강 경쟁 구도가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뇌물 혐의 사건으로 공공 입찰 참가가 막힐 처지에 놓였고, 현대차그룹은 지상무기 생산을 현대로템으로 일원화하기로 했으며, 한화그룹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방산 비리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면서 복수 공급자 체제를 유지하는 일이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IG D&A는 지난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방위사업청이 지난 20일 의결한 24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대해 법원이 임시 집행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처분 집행일은 당초 이날에서 다음 달 21일로 미뤄졌고, 정식 집행정지 여부를 다룰 심리는 다음 달 5일 열린다. 방산업계에서는 심리 결과에 따라 LIG D&A가 체계종합 분야 1순위에 오른 1조9000억원 규모 KF-21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의 업체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이 LIG D&A에 내린 처분은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른 최고 수준의 제재다. 검찰은 방사청 5급 사무관이 2021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사업비 915억원 규모 방위사업 6건의 제안서 평가에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주고, LIG D&A 측 금품 3억2000만원을 포함해 4억6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방사청은 뇌물 액수가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이고 부정행위가 장기간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제재 근거로 들었다. 신익현 LIG D&A 대표는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회사에서 절차적으로 3억원을 마련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회사 차원의 개입을 부인하면서도,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제재가 확정되면 LIG D&A는 국내 신규 수주에 제약을 받는다. 공시상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대상 매출은 2조7700억원대로 지난해 연결 매출의 64.5%다. 입찰 제한은 신규 입찰에만 적용되지만, 방사청은 총사업비 1223억원 규모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사업과 관련해 방산업체 지정 취소 검토도 산업통상부에 요청했다. 지정이 취소되면 이 사업의 양산 수의계약도 막힌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사업은 체계개발 7535억원, 후속 양산 1조1471억원이 투입되는 KF-21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이달 2일 평가에서 LIG D&A는 체계종합과 탐색기 등 5개 시제 분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체구조·추진기관 분야에서 1순위에 올랐다. 체계종합이 두 회사가 경쟁한 분야인 만큼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순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을 가능성이 업계에서 거론된다.

KF-21의 엔진(F414)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면허생산하고,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공급한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체계종합까지 넘겨받으면 한화그룹은 엔진과 레이더에 이어 핵심 무장 개발도 주도하게 된다. 국내 유도무기 시장은 사실상 LIG D&A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양강 체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지난 6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로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동시에 제약을 받으면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상무기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생산 체계를 현대로템으로 모으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K2 전차 120mm 주포와 K9 자주포 155mm 포신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특수사업부를 3583억8600만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현대위아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내년 3월 31일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거래가 끝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포신 공급사도 현대위아에서 현대로템으로 바뀐다. 같은 방식의 일원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2~2023년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합병하며 먼저 진행했다.

KF-21.<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KF-21.<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 분야의 쟁점은 한화그룹의 KAI 지분 확대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꾼 뒤 매입을 이어갔다. 현재 계열사 3곳의 지분을 합쳐 15.89%를 보유해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은 2대 주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 31일 간이심사로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다만 한화가 최다 출자자가 되거나 KAI 임원 3분의 1 이상 또는 대표이사를 겸임하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

KAI 경영진과 노조는 한화의 경영권 확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종출 KAI 사장은 지난 20일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한화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독과점 문제로 경쟁 체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KAI 노조는 한화가 KAI의 엔진·항공전자 공급업체이면서 우주 사업에서는 경쟁업체라는 점을 들어 공급망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화 측은 방산업계의 대형화 추세 속에서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황기연 행장은 같은 날 현재로서는 KAI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향후 가능성에는 확답하지 않았다.

해외에는 비리 업체 제재와 공급자 유지를 함께 고려한 사례가 있다. 미 공군은 2003년 7월 경쟁사 록히드마틴의 내부 문서를 불법 보유한 보잉의 로켓 관련 3개 사업부에 입찰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회사 전체가 아닌 사업부 단위 제재였다. 공군은 20개월 뒤인 2005년 3월 외부 윤리감시인 운용 등을 조건으로 정지를 해제하면서 발사체 공급자 두 곳을 유지할 필요성을 사유로 들었다.

경쟁 당국이 방산 기업의 수직 결합을 막은 사례도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2년 록히드마틴의 44억달러 규모 에어로젯로켓다인 인수가 경쟁사의 미사일 추진기관 조달을 제한할 수 있다며 제소를 의결했고, 록히드마틴은 인수를 철회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독일 라인메탈이 올해 3월 함정 건조업체 NVL 인수를 마무리하는 등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는 2008년 말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폐지된 뒤 경쟁 입찰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 체제의 변화 여부는 향후 일정에 달려 있다. 다음 달 5일 심리를 거쳐 법원이 정식 집행정지를 결정하면 처분 효력은 취소소송 판결 때까지 정지될 수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현대위아 임시주총이 열리고, 수출입은행의 KAI 지분 처리 방향도 남은 변수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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