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포스코 용광로…파업 변수까지 겹친 열연 시장

광양 2고로 132일간 개수…내수 공급 우선
노조 11월 2일 파업 예고…제선·제강 유지
중·일산 수입재 제한…열연값 반등 여부 주목

포스코가 다음 달 광양제철소 2고로 개수에 들어가면서 국내 열연강판 시장에 공급 감소 요인이 겹쳤다. 노동조합은 개수 착수 열흘 전인 11월 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고, 중국·일본산 수입재는 반덤핑 조치로 저가 유입이 제한된 상태다. 7월 이후 내림세를 이어온 열연 유통가격이 이번 공급 축소를 계기로 반등할지가 연말 시장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1월 12일부터 내년 3월 23일까지 132일간 광양제철소 2고로의 2차 개수 공사를 진행한다. 1988년 7월 화입한 2고로가 개수에 들어가는 것은 2005년 1차 개수 이후 21년 만이다. 광양제철소 열연공장 3곳도 잇따라 정비한다. 포스코는 슬래브를 미리 비축하고 내수 공급을 우선 배정해 수요업체의 수급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개수 착수를 앞두고 노사 갈등도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11월 2일 오후 7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고 파업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 폭과 성과 보상이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기본급 2.5% 인상과 일시금 500만원 지급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이에 앞서 9월 9~11일 48시간, 16~21일 120시간 두 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1968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었다.

9월 부분파업 때는 생산 차질이 제한적이었다. 쇳물을 만드는 제선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등 전체 공정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공정이 단체협약상 협정근로 대상이어서 파업 중에도 가동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 대상이 압연 등 후공정 전반으로 넓어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생산과 재고 운영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고 본다. 포스코는 파업이 시작되면 생산계획을 조정하고 비상조업체계를 가동해 고객사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급 감소 요인이 늘었지만 열연 유통가격은 아직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 열연강판 정품(SS275) 유통가격은 7월 연중 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왔다. 10월 들어서는 하락 폭이 줄어 셋째 주 수도권 1차 유통시장에서 톤당 91만원에 거래됐다. 수입재는 톤당 80만원 중후반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원료탄과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10월부터 열연·냉연·후판 가격을 톤당 4만원 인상했지만, 철강재 소비가 부진해 유통가격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고로사의 설비 정비로 신규 공급이 줄고 유통재고 부담도 크지 않은 만큼 11월 이후 가격 회복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슬라브를 압연해 코일을 만드는 열연공정.<사진=포스코>

수입재가 국산 공급 감소분을 얼마나 대체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6월 23일 일본·중국산 열연제품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 규칙을 공포해 즉시 시행하면서 일본 3개사와 중국 6개사의 가격약속을 함께 수락했다. 이들 업체는 정부가 승인한 최소수입가격 이상으로만 한국에 열연강판을 판매할 수 있으며, 최소수입가격은 7월부터 분기마다 다시 산정된다. 가격약속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에는 일본산 31.58~33.43%, 중국산 28.16~33.10%의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된다. 다만 수입재 유통가격이 여전히 국산보다 톤당 4만원가량 낮아 국산 가격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수입처인 일본에서는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JFE스틸은 8월 집중호우와 9월 태풍으로 지바 공장 설비가 침수돼 조강 생산이 약 60만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바 공장의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조강 생산량은 359만톤이다.

광양 2고로 개수 기간은 국내 또 다른 고로사인 현대제철의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제철은 오는 30일 오후 2시 3분기 실적 설명회를 연다.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649억원으로 추정하며 추석 연휴와 건설 비수기에 따른 판매량 감소를 배경으로 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추정치는 652억원이다. 설명회에서 4분기 열연 판매 가격과 내수 판매 계획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광양 2고로 개수는 소송 대상이 되기도 했다. 청소년 10명은 지난해 2월 27일 광양 2고로 개수가 미래세대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포스코를 상대로 개수 중지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개수 이후 15년간 가동할 경우 누적 탄소 배출량이 약 1억3702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포스코는 고로 설비를 유지하는 한편 저탄소 생산 설비도 늘리고 있다. 6월 17일에는 광양제철소에 약 6000억원을 투입한 연산 250만톤 규모 전기로를 준공했다.

11월 2일에는 향후 흐름을 판단할 일정이 잇따른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오후 3시 3분기 실적 설명회를 연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개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7시다. 설명회에서 광양 2고로 개수와 노사 갈등을 반영한 4분기 생산·판매 계획이 어떻게 제시될지가 연말 열연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첫 지표가 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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